나해 6월 6일(성체 성혈 대축일) 체질 개선
내가 먹고 마시는 성체와 성혈은 사람이 되신 하느님 말씀이고, 우리 죄를 사해주시려고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살과 피다. 그것은 겉치레 예식이 아니고 주님의 몸과 피를 상징하는 것이 아니다. 보기에는 작은 빵과 한 모금의 포도주지만 실제로는 주님의 살과 피다. 나는 매일 실제로 주님의 살을 먹고 주님의 피를 마신다.
그 빵과 포도주가 실제로 살과 피로 변한 적이 있다고 한다. 내가 살아 성찬례를 주례하는 동안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면 정말 놀랄 것이고 주님의 몸과 피를 먹고 마시는 게 너무 힘들어 더 못 먹을 것이다. 그런 일들은 믿지 않는 이들이 믿게 하시려고 주님께서 일으키신 기적이다. 남자의 도움 없이 여인이 어떻게 아기를 잉태하는지, 무덤에 묻힌 분이 어떻게 되살아나셨는지, 어떻게 이 모습 저 모습으로 여기저기 나타나신 건지, 빵과 포도주가 어떻게 주님의 살과 피로 변하는 건지 알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믿는다. 믿지 않으면 주님 말씀 중 어느 하나도 알아듣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도 사람에게는 카레 냄새가 나고 한국 사람에게는 마늘 냄새가 난다. 육체는 자주 먹는 음식 냄새를 풍긴다. 그리스도인은 예수님 향기를 풍긴다. 주님의 향기는 장미 향도 나르드 향도 아니다. 그것은 봉사와 헌신 그리고 사랑의 땀 냄새다. 그 사람 안에 있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다. 묵주반지가 그를 그리스도인으로 만들지 않고 수도서원이 그를 그리스도의 정배와 친구로 만들지 않는다. 예수님을 닮고 그분처럼 살려고 해야 그렇게 된다. 그리스도인은 주님의 살과 피를 먹고 마셔 그분의 향기를 내뿜는 주님의 육체로 변해간다. 모든 식자재는 죽어야 음식이 된다. 주님이 그렇게 우리를 위한 양식이 되셨고 우리는 이웃을 위한 양식이 된다. 우리는 모두 그리스도의 육체로 체질 개선 중이다.
예수님은 제자들과 먹는 마지막 파스카 만찬을 정성스럽고 치밀하게 준비하셨다(마르 14,13-16). 마지막이어서가 아니라 인류 역사가 끝나는 날까지 사람들이 먹을 밥을 지으셔야 했다. 공생활 중에 이미 당신의 살과 피를 먹고 마셔야 한다고 말씀하셨고(요한 6,22-58) 그 만찬을 그렇게 준비하셨던 걸 보면, 어쩌면 예수님은 이 식사를 만들기 위해 사람이 되셨는지도 모르겠다. 당신의 양들이 봉사와 희생, 정의와 평화를 위해 사셨던 사랑과 자비의 육체로 갈아입게 해주실 계획이셨던 것 같다. 주님은 빵과 포도주의 모습으로 내 안에 들어오셔서 죄스러운 육체를 서서히 주님의 거룩한 육체로 바꾸신다. 그리스도의 피는 나의 양심을 씻어 죽음의 행실에서 벗어나 살아 계신 하느님을 섬기게 한다(히브 9,4).
예수님, 주님의 은총으로 이기적인 죄인의 몸이 이타적인 주님의 몸으로 바뀌어 갑니다. 코로나로 많은 교우가 영성체를 자주 못 해서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전에 받아 모신 주님의 살은 그 몸 안에 그대로 남아 있고, 주님은 말씀 안에 계시니 그 말씀을 잊지 않으면 그의 육체도 계속 주님의 것으로 변해갑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주님의 길로 이끌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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