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해 6월 9일 하느님의 기쁨
새벽에 일어나 잠 깨러 현관문을 여는 데 커다란 지네 한 마리를 발견했다. 산속이라서 웬만한 벌레들은 방에서 함께 살지만, 독을 지닌 지네와 모기는 그럴 수 없다. 지네를 죽여 마당으로 버렸다. 그런데 마음이 안 좋았다. 벌레 한 마리를 죽여도 마음이 이러니 큰 죄를 저지른 사람의 마음은 큰 상처를 입을 것이다.
범죄는 법을 어긴 행위다. 그런데 빌라 왕들의 행위처럼 법의 허점을 교묘하게 이용해서 자신은 이익을 남기고 그런 거 잘 모르는 이웃들에게는 큰 고통을 주는 합법적인(?) 범죄도 있다. 그 부동산 법의 입법 취지는 분명히 그런 게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입법자들을 비난할 수 있지만, 그보다는 그들의 그런 행위가 더 나쁘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이웃의 고통은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곳간 채우는 것만 생각한 그들의 지극히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운 마음이 죄의 근원이다.
세상에 완전한 법은 없을 것 같다. 그러니 법 규정들이 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아졌을 것이다. 하지만 하느님의 법은 처음부터 완전했다. 예수님은 율법 폐지가 아니라 완성해가는 중이셨다(마태 5,17). 율법의 본질을 실천하셨다. 그것이 율법 학자들이 연구하고 찾던 바로 그것이었다. 그것이 우리에게는 친구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사랑이고, 예수님에게는 죄인을 구원하시려고 목숨을 바치는 하느님의 사랑이었다.
무법자들의 세상을 꿈꾼다. 법 없이 사는 사람들의 세상이다. 그들의 법은 하나, 하느님의 기쁨이다. 서로 사랑해서 하느님을 기쁘시게 해드린다. 꿈같은 소리 인줄 안다. 그래도 최소한 수도원 안에서만이라도 그렇게 살려고 노력한다. 주님은 말씀대로 율법을 완성하셨고 그 덕에 이웃을 사랑하지 않은 죄와 사랑하지 못한 죄는 언제나 용서받고 죄로 인한 상처는 치유된다. 법 없이 살고 하는 마음은 다시 회복된다.
예수님, 주님의 계명은 서로 사랑하는 것임을 다시 기억합니다. 주일미사 빠진 게 아니라 이웃을 미워하고 사랑하지 않은 게 더 큰 죄입니다. 잊어버린 죄와 죄인 줄도 몰랐던 죄까지 없애주시고 죄로 상처 입은 마음을 치유해주십니다. 언제나 회복된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게 해주시니 감사드립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주님의 계명을 더 잘 실천할 수 있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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