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해 7월 27일 만남의 천막
모세는 약속의 땅을 찾아가면서 진영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천막을 치고 그것을 만남의 천막이라고 불렀다. 주님을 찾을 일이 생기면 누구든지 진영 밖에 있는 만남의 천막으로 갔다(탈출 33, 7).
모세가 그 천막에 들어가면 구름 기둥이 내려와 천막 어귀에 머물렀고 모세는 하느님과 얼굴을 맞대고 대화했다. 예수님은 사람들과 아주 가까이 계셨지만 이따금 그리고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산속에서 홀로 밤을 새워가며 기도하셨다.
구름 기둥은 하느님 현존의 상징이다. 짙은 안개 속에 있으면 앞을 볼 수 없는 것처럼 하느님 안에 그리고 하느님과 함께 있으면 다른 것들은 볼 수 없다. 아니, 볼 필요가 없어진다. 하느님은 아니 계신 곳 없이 어느 곳에나 다 계신다. 예수님이 이곳저곳을 계속 돌아다니시며 복음을 선포하시고, 그러시는 중에 예고 없이 다른 사람들이 끼어들어 청하면 그곳으로 발길을 돌리셨다. 하느님은 언제나 우리를 만나주실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지 않다. 하느님의 아드님 예수님도 홀로 산으로 들어가셔서 기도하셨으니 우리에게도 그런 시간, 아주 특별한 시간, 일상에서 벗어난 시간, 세상을 잠시 멈추게 하는 게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휴양지에서도 소란스럽게 노는 것을 보면 주변이 고요하다고 무조건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건 아니다. 요즘 같은 시기에 피정 집을 찾아다니는 것은 사치 같다. 마음이 고요해지면 된다지만 수도승처럼 하루 종일 성경 구절 하나를 외우며 생활할 수도 없다. 길게 그리고 많은 말을 한다고 하느님을 만나는 것이 아니거니와 대부분의 교우는 그럴 형편이 못 된다. 그렇지만 아무리 바빠도 30초나 1분 정도는 짬을 낼 수 있다. 구름 기둥을 불러올 수는 없어도 하느님이 내 안에 계신다고 고백하고 그분을 향해 마음을 열어 가장 친근한 마음으로 주님을 부르고 대화할 수 있다. 심오한 대화나 심각한 고민 얘기를 할 필요 없다. 사랑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거다. 그런 시간이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하지만 길을 잃어버리지 않게 해 준다.
예수님,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저희와 함께 사신다고 하셨으니 주님 말씀을 기억합니다. 제 관심사는 힐끗 본 것까지 기억할 수 있으니 주님을 사랑한다면 주님 말씀 서너 개, 매일 미사 한 구절 정도는 기억할 수 있습니다. 그 정도로도 주님을 만날 수 있게 해주시니 고맙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제 발걸음이 휘둘리지 않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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