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해 7월 29일 저 너머에 있는 것
사람뿐만 아니라 하늘 아래 사는 모든 것이 참 수고한다. 생명은 축복이라지만 그것을 유지하고 이어가는 것은 참 수고스럽고 때론 고생스럽다. 창세기를 보면 자식을 낳는 것과 노동이 죄의 결과처럼 보인다(창세 3, 16.19). 하지만 강제하지 않아도 남녀가 만나 가정을 이루고, 심심해서 이런저런 것을 하고, 거기에 언젠가는 죽는 줄 알면서도 번식과 노동을 멈추지 않는 걸 보면 그것들은 인간이 이 땅 위에서 사는 기본 조건인 것 같다.
하느님은 세상을 만드시고 이 모든 것을 사람의 손에 맡기셨다(창세 1, 28). 사람은 번식도 해야 하고 모든 피조물을 잘 다스려야 한다. 하느님의 숨을 받아 살아 움직이게 되었으니 그것에 따라 다스려야 한다.
그런데 예수님은 가정을 꾸미지 않으셨다. 그 당시 아이를 못 낳는 여인들이 받았던 수모를 생각하면 예수님의 결정은 율법에 대한 도전으로 보였을 거다. 거기에 그분을 하느님의 아드님, 이 세상을 만든 그 말씀이라고 믿는 우리에게는 예수님의 삶이 이상하게 보인다. 자식을 많이 낳고 세상을 다스리라고 명령하셨으면서 정작 당신은 그걸 하지 않으셨으니 말이다.
예수님은 세상을 사랑하셨다. 그분의 사랑은 사람을 살렸다. 죽은 이도 살려내셨다. 그분은 하느님이셨지만 종이 되어 사람들을 섬기셨고, 만물의 주인이셨지만 우리를 위해 목숨까지 내어놓으시기까지 가난해지셔서 우리가 부유하게 해주셨다(2코린 8, 9).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의지이고 희생이고 죽음이다. 하느님은 세상을 사랑으로 만드셨고 다스리신다. 번식과 노동의 원리와 목적이 바로 사랑이라고 예수님은 보여주셨다. 우리는 이분을 보지 못하지만 서로 사랑하면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머무르시고 그분 사랑이 우리에게서 완성된다(1요한 4, 12). 진흙 인형이 하느님처럼 되면 그 이상 바랄 게 있을 수 없다.
예수님, 저는 죄로 죽음을 맞지만, 주님은 사랑으로 죽음을 받아들이십니다. 주님의 죽음으로 저는 삽니다. 주님 말씀하신 대로 저자신을 버리고 오늘도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릅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보이는 것과 이해할 수 있는 것 너머에 있는 것을 사랑하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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