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해 8월 4일 신앙의 본질
아주 유치한 갈등을 상상한다. 스포츠 경기 시작 전에 상대편이 성호를 긋고 기도하는 모습을 보았다면 나는 누구를 응원해야 할까? 이런 유치한 갈등을 해소시키는 한 장면이 있었다. 이번 올림픽 금메달 결정전 유도 경기에서 한국 선수가 혈투에 가까운 경기 끝에 일본 선수에게 패했다. 승자 일본 선수는 울음을 터뜨렸다. 그런데 한국 선수가 경기를 끝내는 인사 후에 그의 손을 번쩍 들어주며 그를 축하하고 위로했다. 시합에서는 졌지만, 한국 선수가 승자 같았고 그가 더 커 보였다. 그 순간 승자 패자의 나눔은 그저 그 경기의 결과일 뿐이었다. 일본이 지기를 바라며 마음 졸였던 나를 머쓱하게 하고 또 부끄럽게 했다. 그는 스포츠 정신과 올림픽 정신을 실현한 것 같았다.
선교의 목적은 입교나 개종이 아니다. 예수님이 그러셨던 것처럼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온 세상 모든 피조물에 알리는 것이다. 입교와 개종은 그 수단이나 한 과정이 될 것이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서로 사랑하고, 민족과 언어, 종교와 문화를 뛰어넘어 원수까지 사랑하려고 노력한다. 그 노력은 참 좋으신 하느님을 세상에 드러내는 것이다. 하느님 나라에서는 차별은 있을 수 없다. 다양한 사람들이 예수님을 믿고 따르기 때문에 그곳은 참으로 풍요롭다.
예수님 시대 유대인들에게 이방인은 적도 아니고 개에 비유되며 말도 섞으면 안 되는 이들이었다. 예수님은 이방인 지역으로 가셨다. 그런데 딸을 구원해달라고 애원하는 이방인 여인의 청원을 아주 매몰차게 거절하셨다. 그럴 거면 거기엔 왜 가셨을까? 처음에는 거절하셨지만, 그 여인의 지극한 겸손과 굳건한 믿음에 예수님은 결국 마음을 바꾸신 것으로 보였다. 예수님은 이렇게 선언하셨다. “아, 여인아!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 네가 바라는 대로 될 것이다(마태 15, 28).” 그것은 그 여인이 아니라 그 자리에 있었던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이었을 거다. 하느님 나라와 복음은 유대인들만이 아니라 세상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라는 말씀이다.
모두가 사랑과 평화를 원하겠지만 서로 사랑하고 평화롭게 사는 것은 정말 어렵다. 예수님은 실제로 그렇게 사셨다. 그리고 그렇게 살면 어떤 일을 겪게 되는지도 함께 보여주셨다. 고생스럽고 손해 보고 억울하게 죽게 된다는 뜻이 아니라 그들은 주님과 함께 살고 죽었으니 주님처럼 부활한다는 뜻이다. 이 믿음은 가슴 뛰게 하지만 현실에서는 분명 큰 도전이다. 가나안 땅을 정찰하고 돌아온 이들이 그곳은 정말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었지만 그곳에 사는 이들은 자기들보다 엄청나게 강하다고 보고했다. 칼렙은 할 수 있으니 가서 그 땅을 차지하자고 했고, 다른 이들은 할 수 없다고 나쁜 소문을 퍼뜨렸다(민수 14, 30-31). 이집트를 탈출할 때 광야에서 그렇게 지내게 될 거라고 미리 알려주었으면 아무도 모세 뒤를 따라나서지 않았을 거다. 그런데 이번에는 현실을 보게 해주셨다. 그러자 할 수 있다는 이들과 불가능하다는 이들로 갈라졌다. 이는 하느님을 믿느냐 믿지 못하느냐의 문제다.
예수님, 주님은 십자가의 수난과 죽음을 받아들이시기까지 하느님을 신뢰하셨습니다. 은총을 내려주셔서 저도 주님처럼 하느님을 신뢰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도와주소서.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굳건히 아드님을 따르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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