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해 8월 7일 죄의 뿌리
거의 항상 같은 죄를 고백한다. 그런 자신이 정말 한심하고 싫지만 그렇다고 다른 죄를 골라 지을 수 없다. 사실 다른 것들은 내게 유혹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자신이 싫어도 그게 나고 하느님은 바로 그런 나를 사랑하신다. 예수님은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오셨다. 나를 부르신다.
사람은 하나 혹은 두 개 정도 죄의 뿌리를 갖고 있는 것 같다. 여러 죄를 고백하지만 그것들은 한 뿌리에서 나온다. 그래서 그것을 뿌리째 뽑아 버리고 싶지만 그럴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될 것 같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것도 또한 나의 일부다. 돌담에서 어떤 돌 하나가 보기 싫다고 그것을 빼버리면 그 돌담은 무너진다. 싫어도 마지막 날까지 그것과 함께 살아야 한다. 추수 때에 주님께서 일꾼들을 시켜 가라지부터 가려 뽑아 태우고 밀은 모아 당신 곳간을 채우실 것이다(마태 13,30).
예수님은 마귀들과 맞서 싸우지 않으셨다. 단 한 마디로 쫓아내 버리셨다. 본래 그것들은 하느님 근처에 얼씬 거리지도 않거나 그분이 어디 계신지도 모른다. 그분이 인간 세상에 내려오실 줄은 꿈에도 몰랐을 거다. 하늘나라는 하느님이 다스리시기 때문에 그곳에는 유혹이 있을 수 없다. 그 하늘나라를 예수님이 우리에게 주셨다. 그분 안에 있고 그분 말씀을 듣고 마음에 새기고 그대로 살면 그 죄의 뿌리는 힘을 쓰지 못한다. 그냥 그 자리에 그렇게 있을 뿐이다.
모세는 백성에게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고 했다. 그 말을 손목에 이마에 집안 곳곳에 써 붙여 놓으라고 했다. 왜? 그러지 않으면 잊어버리고 곧바로 제멋대로 살기 때문이다. 사람은 하느님은 사랑하지 않는다. 하느님을 사랑하지 않으니 그분 말씀을 듣지 않는다. 예수님도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고 하셨고, 십자가의 수난과 죽음으로 그 모범을 남겨놓으셨다. 그리고 부활로 그 계명이 어떤 힘을 지녔는지 보여주셨다. 하늘나라, 영원한 생명은 우리가 노력해서 얻는 것이 아니다. 이미 다 만들어진 것을 차지하는 거다. 약속의 땅 가나안은 이미 다른 민족들이 도시를 세워 살던 곳이었다. 이스라엘은 자기들이 수고해서 짓지 않은 도시를 차지했다. 그들은 싸워서 그것을 얻었지만 우리는 하느님이 그냥 주시는 걸 받고 초대해 주시니 들어간다. 아주 쉽고 간단하다. 맞서 싸우지 않고 예수님을 사랑하고,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원수까지 사랑하려고 애쓰면 된다. 앞뒤 재고 손익을 따지면 그때부터 죄의 뿌리는 힘을 쓰기 시작한다.
예수님, 사랑은 의지니 노력해야 하는 줄 압니다. 그런데 거의 매번 실패하니 이제는 아예 제 의지를 통째로 드리겠습니다. 제 안에서 여러 반대가 있지만 다 무시하고 그러기로 결정합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골치 아픈 식별하지 않고 그냥 어머니가 이끌어주시는 대로 따르겠습니다.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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