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해 8월 13일 하느님의 혼인
“두 분은 서로 사랑해서 이 자리에 섰지만, 이 시간부터 사랑을 배워나갈 겁니다.” 혼인미사 강론 첫 줄이다. 부부관계와 가정은 사랑이 가득 찬 곳이라기보다는 사랑을 배우는 학교다.
오래전 어떤 분이 부부생활의 어려움을 말했다. 그의 말만 들었을 때는 이혼하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그는 이혼을 생각했었지만, 자신은 혼인성사를 받았다고 했다. 하느님이 맺어주신 걸 어떻게 사람이 함부로 풀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놀람과 감동 그리고 두려움을 느꼈다. 그것은 혼인성사 중 혼인 합의 후에 사제가 선언하는 내용이기 때문이었다. 인간적으로 힘들지만, 하느님이 맺어주신 것이니 자신이 모르는 하느님의 은총과 뜻이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는 정말 하느님을 두려워하고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예술작품이 작가의 마음을 표현하듯이, 세상 모든 피조물은 나름의 방식으로 창조주 하느님을 보여준다. 혼인은 인간의 작품이 아니라 하느님의 계획이다. 남자와 여자가 따로 만들어졌지만 둘이 하나가 되게 하셨다(창세 2, 24). 성경은 혼인을 하느님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는 비유로 사용한다. 물과 포도주가 하나가 돼서 분리할 수 없듯이, 부부 사이 그리고 예수님과 우리 사이도 떨어질 수 없다.
예수님 시대는 지독한 가부장적 그리고 남성 위주 사회였다. 아내는 남편의 소유물이어서 남편이 아내를 버릴 수 있었다. 남자와 여자를 빚어 만드실 때 그 자리에 계셨던 예수님은 본래 혼인은 그런 것이 아니었음을 잘 알고 계셨다. 모세가 왜 그런 걸 허용했는지도 아셨다. 남자들이 무뎌진 마음으로 하도 억지를 부리고 떼를 쓰니까 어쩔 수 없이 제한된 조건 으로 그걸 허락한 거였다(마태 19, 8). 인간은 그렇게 하지만 하느님은 그러시지 않는다. 인간이 등을 돌려도 돌아오기를 끝까지 기다리신다. 혼인성사가 그걸 증언한다. 그 성사로 이루어 가정은 세상을 창조하고 양육하시는 삼위일체 하느님을 세상에 보여준다. 교회의 성사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선한 일들이 하느님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어디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예수님, 주님은 혼인하지 않으셨습니다. 하늘나라의 시민이고 주인이셨던 주님께는 그런 것이 필요 없으셨습니다. 혼인이 가리키는 하느님의 약속과 사랑을 완전히 믿으셨고, 모든 이들의 부모가 되어주셨습니다. 제게 주신 성소가 그걸 가리킵니다. 주님의 은총으로 성소에 충실하게 도와주소서.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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