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나해 8월 27일(성 모니카) 기름 만들기(+MP3)

Loading the player...

나해 8월 27일(성 모니카) 기름 만들기

저녁 막국수는 밤까지 이어지는 고해성사에 작은 휴식이다. 어제 그 작은 기쁨을 누리는 중 한 어르신이 식당으로 들어와 뭔가를 찾으시는지 대문 주위를 서성거리다 그냥 나가셨다. 그분은 다리를 절며 폐지 수레를 끌고 다른 곳으로 가셨다. ‘아... 저 폐지 다 팔아도 이 막국수 값이 안 될 텐데. 막국수 한 그릇 드시고 가시라고 할까. 실례가 되지는 않을까...’ 이런 생각만 하다 그분을 떠나보냈다. 주변머리가 아니라 용기가 없다. 용기가 아니라 사랑이 부족하다.

덕은 좋은 습관이고, 습관은 반복을 통해 내 안에 자리 잡는다. 일상의 특징은 반복이고, 반복은 지루하게 느끼기 쉽다. 분명 어제와 다른 오늘인데도, 나의 뇌는 어제와 같다고 인식하고 그래서 지루하고 재미없다고 느낀다. 경지에 오르려면 반복의 이 지루함을 견디어야 한다. 애덕이 충분히 쌓였더라면 어제 나는 즉시 성령의 이끄심에 순응했을 거다. 그 어르신이 거절하셨다고 해도 말이다.

반복의 지루함을 이겨내는 좋은 방법은 그 의미와 동기를 찾는 거다. 하느님은 우리를 더러움 속에서 살라고 부르신 것이 아니라, 거룩하게 살라고 부르셨다(1테살  4,7). 그리스도인은 성인들처럼 예수님처럼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조롱의 의미로 모범생을 말하는 것은 그들이 세상 물정 모르는 온실 속 화초 같기 때문일 거다. 그러나 거룩한 사람은 세상 물정을 알고, 자신이 불편해지고, 수고를 더 하고, 손해를 보게 될 줄 알면서 좋은 일을 한다. 그렇게 슬기로운 처녀들은 자신의 등불을 꺼트리지 않고 마침내 신랑과 함께 혼인 잔치에 들어간다(마태 25, 4.10).

죄 없는 하루가 아니라 좋은 일을 더 많이 하는 하루를 바란다. 거룩함과 죄는 함께 있을 수 없다. 그렇다고 죄를 지어도 괜찮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사는 게 죄라고 하시는 어르신들의 고백처럼 죄, 잘못, 허물, 실수 등은 내가 숨 쉬는 동안 같이 살아야 할 불편한 동반자들이다. 아파하고 뉘우치고, 또 같은 것을 새롭게 결심하면 그것으로 됐다. 사실 그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주님의 자비와 용서를 믿는다. 후회의 괴로움과 통회의 눈물보다는 선행과 애덕의 기름이 훨씬 더 잘 타서 주위를 밝게 비출 거다.

예수님, 다음에는 머뭇거리거나 주저하지 않고 그 즉시 말하고 행동할 겁니다. 그게 제가 바라는 자유입니다. 오늘 하는 훈련들이 내일 더 쉽게 사랑하게 합니다. 이런 생각과 결심을 할 수 있는 것은 저를 위해 기도해주는 많은 이들 덕분임을 압니다. 그 덕에 주님의 은총이 제게 부어졌습니다. 저도 제게 기도해달라고 부탁한 모든 이들을 다 기억하려고 애씁니다. 주님, 그들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어머니처럼 대답할 수 있게 도와주소서. 아멘.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번호 제목 날짜
1773 [이종훈] 나해 12월 11일 주님 탄생이 아니라 재림(+MP3) 2021-12-11
1772 [이종훈] 나해 12월 10일 기대 대신 희망(+MP3) 2021-12-10
1771 [이종훈] 나해 12월 9일 폭력적으로 회개하기(+MP3) 2021-12-09
1770 [이종훈] 나해 12월 8일(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 대축일) 이루어지소서(+MP3) 2021-12-08
1769 [이종훈] 다해 12월 7일(성 암브로시오 기념일) 찾아내시는 주님(+MP3) 2021-12-07
1768 [이종훈] 나해 12월 6일 믿음(+MP3) 2021-12-06
1767 [이종훈] 나해 12월 5일(대림 제2주일, 인권 주일) 모두 부자인 나라(+MP3) 2021-12-05
1766 [이종훈] 나해 12월 4일(첫 토요일 성모신심) 엄마 하느님(+MP3) 2021-12-04
1765 [이종훈] 나해 12월 3일(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기념일) 허락(+MP3) 2021-12-03
1764 [이종훈] 나해 12월 2일 하느님 사랑(+MP3) 2021-12-02
1763 [이종훈] 나해 12월 1일 자비와 사랑의 왕국(+MP3) 2021-12-01
1762 [이종훈] 다해 11월 30일(성 안드레아 사도 축일) 사도 그리스도인(+MP3) 2021-11-30
1761 [이종훈] 다해 11월 29일 구원의 길(+MP3) 2021-11-29
1760 [이종훈] 다해 11월 28일(대림 제1주일) 사랑의 불(+MP3) 2021-11-28
1759 [이종훈] 나해 11월 27일 한 해 마지막 날에(+MP3) 2021-11-27
1758 [이종훈] 나해 11월 26일 가볍게 해주는 하느님의 뜻(+MP3) 2021-11-26
1757 [이종훈] 나해 11월 25일 신뢰(+MP3) 2021-11-25
1756 [이종훈] 나해 11월 24일(성 안드레아 둥락 사제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박해자 이기심과 자애심(+MP… 2021-11-24
1755 [이종훈] 나해 11월 23일 그날보다 오늘 여기(+MP3) 2021-11-23
1754 [이종훈] 나해 11월 22일(체칠리아 성인 기념일) 너그러움(+MP3) 2021-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