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해 9월 16일 만남
죄 없는 사람은 없다. 겉으로는 착한 시민이지만 홀로 있는 시간 또는 어떤 사건을 접하는 특별한 시간에 부끄럽고 아픈 과거와 마주하게 된다. 잊은 줄 알았는데 그 기억과 상처는 그대로 고스란히 남아있다. 아마 뇌를 다치지 않는 한 그것들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너무 괴로워서 상담사나 심리치료사의 도움을 받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그것들을 혼자서 어떻게 할 수 없다. 잊는다고 잊히지 않고 지운다고 지워지지 않는다. 누군가가 나를 도와 주워야 한다.
예수님은 죄인을 용서하셨다. 그에게 용서받았다고 선언하신 경우는 많지 않다. 들것에 실려 온 중풍병자와(마르 2, 5) 오늘 복음에서 만나는 눈물과 향유로 예수님의 발을 씻어 드린 죄 많은 여인 정도다(루카 7, 48). 그 대신에 예수님은 죄인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식사하시고, 병자들의 환부에 직접 손을 대고, 호통을 치시며 더러운 영들을 쫓아버리셨다. 사람들을 대하는 예수님의 태도와 방식이 그분의 용서 선언이었다. 하느님은 우리 각자를 만나러 오셨다.
코로나로 어려워진 자영업자들이 생을 스스로 마감했다는 참으로 안타까운 소식을 듣는다. 누군가 옆에 있어 주었다면, 그와 함께 울어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실제로 가게를 정리했어도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사람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이 아니라 한 사람이면 충분하다. 치료사가 아니어도 괜찮다. 내 아픔을 공유해줄 수 있는 사람, 말로만이라도 그렇게 해주는 사람이면 살 수 있다.
그 죄 많은 여인이 언제 예수님을 만났는지 나오지 않는다. 추측건대 예수님이 죄인들과 어울려 식사하시는 모습을 바리사이들이 지켜보며 비난하며 투덜거릴 때 그 자리에 있었을지 모른다. 그리고 거기서 그 유명하고 강력하고 신성한 예수님의 말씀을 들었을 거다. “건강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불러 회개시키러 왔다(루카 5, 31-32).” 그때까지 아무도 자신에게 마음을 열어주지 않았지만, 그때 자신을 받아주고 환영하는 지극히 넓은 마음을 만났을 거다. 그 말씀을 믿었고 용서받았다고 확신했다. 그래서 먼발치에서 받은 은혜를 예수님을 직접 뵙고 그렇게 보답해드렸다. 믿어서 그는 살았다.
예수님, 성모송 3번이나 주모경 5번이 어떻게 그 많은 죄의 보속이 되겠습니까. 제 통회와 보속이 아니라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으로 저는 용서받습니다. 저는 그걸 믿습니다. 믿지 않는다면 제 안에 평화는 없습니다. 많이 탕감받았으니 많이 사랑합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어머니는 죄인들의 피난처이시니 그 안에서 남의 얘기하듯이 제 죄를 고백합니다. 그렇게 그 안에서 주님을 만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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