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해 10월7일(묵주기도의 복되신 동정마리아기념일) 섭리에 맡김
“너희는 이렇게 말하였다. ‘하느님을 섬기는 것은 헛된 일이다. 만군의 주님의 명령을 지킨다고, 그분 앞에서 슬프게 걷는다고 무슨 이득이 있느냐? 오히려 이제 우리는 거만한 자들이 행복하다고 말해야 한다. 악을 저지르는 자들이 번성하고 하느님을 시험하고도 화를 입지 않는다.’(말라3, 14-15)” 말라키 예언자의 고발이다. 드러내지 않은 속내를 들킨 것 같다.
수천 년 전에도 사람들은 우리와 같은 마음이었던 것 같다. 겉으로는 주일미사에 참례하고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지만, 속으로는 ‘그렇다고 뭐가 달라지나, 세상은 부정하고 불의한 사람들이 더 편하게 잘 사는데.’하고 불평하며 신앙에 대한 회의가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하느님의 말씀과 주님의 계명 아니라 신앙을 갖는 마음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하느님께 복종하고 주님의 계명을 지키는 것은 처음부터 재물의 복이나 안전과는 상관이 없었다. 이는 순교자들과 성인들 그리고 예수님의 삶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 누구든지 청하는 이는 받고, 찾는 이는 얻고, 문을 두드리는 이에게는 열릴 것이다(루카11, 9-10).” 예수님의 이 말씀을 세상 사람들은 물론이고 우리 그리스도인들도 주님이 자신의 꿈을 이루어주신다는 약속으로 여기는 것 같다.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대로 듣는다. 이렇게 청하고 찾고 두드리는 이에게 하느님은 성령을 주실 거라고 하셨다.
부모는 자식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싶어 한다. 하느님이 당신의 자녀들에게 주시는 가장 좋은 것은 당신의 영이고 당신 자신이다. 그래서 외아들을 내어주셨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것보다는 문제 해결책, 복수, 돈, 성공, 좋은 성과를 훨씬 더 바란다. 신앙과 별 상관없는 것들을 원한다. 하느님은 세상 모든 것들을 통해서 이런 우리들에게 청하시고 마음의 문을 두드리신다. 본래 세상은 부정하고 불의한 사람들이 떵떵거리며 잘 사는 곳이니 그런 것에 너무 속상해하지 말아야 한다. 하느님을 죄인으로 만들어버렸던 세상이다.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간다. 살아보니 인생 별거 아니라는 말이 기억난다. 올바른 판결을 내려달라고 조르던 그 가난한 과부처럼(루카18, 3), 빵을 꾸어달라고 잠자리에 든 친구를 귀찮게 하는 그 친구처럼(루카11, 8) 하느님은 계속 우리가 마음을 바꾸기를 청하신다. 속 깊은 곳까지 완전히 바꾸기를 바라신다.
예수님, 부정하고 불의한 세상을 두고 탄식하며 의로운 척하지만 그게 곧 제가 주님을 사랑한다는 것이 아님을 압니다. 주님의 말씀은 쌍날칼 같이 날카로워 제 속내를 다 드러냅니다. 맞습니다, 주님, 저는 주님을 많이 사랑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이제부터 사랑하겠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하느님의 아들이 적의 손에 넘겨져 살해되는 것을 지켜보셨습니다. 그 고통을 견디어내셨으니, 속상하고 실망할 때마다 하느님을 신뢰하고 그분의 섭리에 맡기는 법을 가르쳐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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