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나해 10월 12일 부자 되기(+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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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해 10월 12일 부자 되기

오후 산책길 서산 넘어 먹구름 끝자락에 드러난 하늘빛이 유난히도 맑았다. 며칠 동안 흐리고 비가 와서 그랬는지 그 파란 빛이 감격스럽게 느껴졌다. 비오는 날은 차분해서 좋고 맑은 날은 밝아서 좋다. 이렇게 풍요롭고 아름다운 자연을 지어 만드신 하느님은 참 좋은 분이시다. 하느님의 현존은 내게 자연스럽다. 이렇게 자연스러운 분을 안계신다고 억지로 부정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참 무겁고 어두울 것 같다.

나도 참 좋으신 하느님이 지어 만드신 작품 중 하나다. 하느님이 다른 창조물보다 사람을 더 사랑하신다는 생각은 우리가 그들의 증언을 들을 수 없으니 믿을만하지 못하다. 하느님이 다른 사람들보다 특별히 나를 더 사랑하시는 것처럼 느끼는 것은 모든 이를 사랑하시는 그분의 사랑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좋아하고 편한 이들만 사랑하니 하느님이 나만 사랑하신다고 여기게 되는 것이다.

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악하지는 않다. 그런데도 수시로 나쁜 마음을 품게 되는 것은 내가 악한 게 아니라 약하고 아물지 않은 상처가 있다는 증거다. 운동하면 몸이 튼튼해지는 것처럼 규칙적인 수련과 엄격한 수덕생활을 하면 마음이 건강하게 하고 상처도 나을 것 같은데, 실제로는 꼭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몸에는 각진 곳이 한 곳도 없다. 그런데 그것은 이런 존재를 규칙과 엄격함이라는 네모 각진 상자 속으로 억지로 꾸겨 넣는 것 같다. 그래서 불편하고 답답하고 화나고 반발심까지 생긴다. 수련이 다 그런 것이겠지만 왠지 계속 그렇게 하면 정말 딱딱한 마음에 모난 사람이 될 것 같다.

그릇은 속을 더 깨끗이 닦아야 한다. 바리사이처럼 사는 게 속을 깨끗하게 만드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되기는 한다. 하지만 더 깨끗해지려면 ‘속에 담긴 것으로 자선을 베풀어야 한다. 그러면 모든 것이 깨끗해질 것이다(루카 11, 41).’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웃에 대한 연민, 싫어하고 마음 맞지 않는 이에게도 친절하게 대하는 너그러움, 개선되지 않는 이에 대한 인내 등이 나를 깨끗하게 닦아 준다. 속에 가득 차 있는 것이 밖으로 흘러나오는 법이니 이런 이들이 실제로 자선, 봉사, 희생을 안 할 수 없을 거다. 고작 이런 마음과 보잘것 없는 선행들이 허다한 죄의 얼룩을 씻어낸다니 하느님의 셈법은 정말 이상하다. 예수님을 세 번이나 모른다고 부인했던 베드로 사도도 이렇게 권고하니 믿어도 될 것 같다. “무엇보다도 먼저 서로 한결같이 사랑하십시오. 사랑은 많은 죄를 덮어 줍니다(1베드 4, 8).”

예수님, 가진 사람이 아니라 주는 사람이 부자입니다. 부자들처럼 큰돈을 기부할 수는 없어도 마음은 부자가 될 수 있습니다. 주님처럼 부자가 되게 은총을 베풀어주소서.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이기적인 마음과 곁을 내주지 않으려는 고집스러운 마음에서 해방되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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