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해 11월 9일(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 참 좋은 하느님
성당은 기도하는 곳이지만 실제로 기도는 내 방에서 더 많이 한다. 그곳이 가장 익숙한 공간이고 또 안전하고 편한 곳이기 때문이다. 기도는 그런 곳에서 그런 마음으로 한다. 하느님 앞에서는 아무것도 감출 수 없음을 알고 아무 걱정과 두려움 없이 지금 여기 나의 모습 그대로 주님과 대화하고 관계를 만든다.
예수님은 전 생애를 통해서 참 좋은 하느님을 세상에 알리셨다. 예수님은 그분을 아빠, 아버지라고 부르셨고, 우리도 그렇게 부르게 해주셨다. 예수님도 입으로는 아버지라고 부르셨지만, 그 마음은 우리 식대로 말하자면 엄마였을 거다. 그것은 이 세상에서 자신에게 가장 친근하고 사랑스러운 관계를 이르는 말이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분명 그 이상이지만 안타깝게도 이 세상에는 그것을 담을 수 있는 개념이나 말이 없다. 그래서 그냥 아빠, 아버지 또는 엄마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
예수님이 열두 살이 돼서 처음으로 예루살렘 성전에 가셨을 때, 그곳에서 지내는 시간이 너무 좋아서 부모님이 곁에 없는 줄 모르셨다. 이틀이나 지났는데도 어린 예수님은 부모님을 찾지 않았다. 예수님께 하느님은 그런 분이셨다. 우리가 재미있는 영화나 좋아하는 일을 하고 또는 좋은 사람들과 지낼 때처럼 그분은 하느님께 푹 빠져 있었다.
하느님은 우리에게도 그런 분이다. 푹 빠져 자신을 다 잊어버리고 걱정, 불안, 계획 등 자신의 것을 모두 잃어버려도 괜찮은 분이다. 실제로 그러는 것이 우리에게는 더 이롭다. 어쩌면 우리는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삶의 무게를 혼자서 지고 가느라고 허덕거리는 중일지 모른다. 게다가 그렇지 않은 척하느라 더 힘들다. 그렇다고 내 인생을 남에게 맡기자니 불안하다. 기도가 쉬우면서도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느님께 그걸 다 맡기면 되는 데 맡기지 못한다. 예수님이 말씀하시고 먼저 본을 보여주셨다.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얻을 것이다.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사람이 제 목숨을 무엇과 바꿀 수 있겠느냐?(마태 16, 25-26)” 우리는 예수님을 통해서 예수님을 따라 자신을 하느님께 내어 맡긴다. 하느님은 참 좋은 분이다. 의심하고 머뭇거리며 주저하는 나에게 이걸 자꾸 말해준다. 그래서 하느님도 모르실 거라고 착각하고 있는 상처 받고 부끄러운 과거를 낱낱이 기억하고 있는 자신을 날 것 그대로 보여 드린다. 그래야 하느님과 친해지고 하느님과의 사랑이 시작된다.
예수님, 주님의 제자 아들 친구 알폰소는 주님이 그를 사랑하시는 만큼 주님을 사랑하려고 했을 겁니다. 주위 사람들이 불편해하고 껄끄러워할 정도로 주님을 사랑했습니다. 그는 소외된 이들을 주님처럼 사랑했습니다. 알폰소가 공동체를 만든 지 오늘로 289년이 지났습니다. 이제 저희는 알폰소의 그 주님 사랑을 새로운 방식으로 전하려고 준비합니다. 주님이 친구 라자로를 무덤에서 살려내셨듯이 친구 알폰소의 주님 사랑을 저희 안에 새롭게 되살려주십시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어머니 아들 알폰소는 사람들에게 비난받을 정도로 어머니를 사랑했습니다. 저희가 그의 아들이고 친구이니 그에게 하셨던 대로 저희를 이끌어주시고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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