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나해 11월 19일 직진(+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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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해 11월 19일 직진

대학입시를 마치고 친구들과 처음으로 부산여행을 갔다. 밤기차를 타고 새벽에 부산역에 내려 첫 차를 타고 태종대에 도착했다. 이른 시간 아무도 없는 아침바다가 마치 온전히 내 것 같았다. 밤차여행으로 피곤했는지 모두 한참동안 아무 말 없이 그냥 바다만 바라보았고 참 평화로웠다. 이틀간 여행을 마치고 떠나기 전에 그곳을 다시 가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여기저기서 사진 찍고 웃고 떠들었다. 어제 아침 누리던 평화가 없어졌다. 마치 숨겨 놓은 보물을 빼앗긴 것 같았고 그 사람들이 미워졌다. 친구들도 같은 마음이었는지 바로 그 자리를 떴다.

성전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을 보고 폭력적으로 쫓아내신 예수님 마음을 알 것 같다. 예수님은 성전을 정말 좋아하셨다. 열두 살 때 처음으로 부모님과 성전에 갔을 때 소년 예수님은 부모님이 안 계신 줄도 모르고 거기서 이틀 동안이나 머무르셨다. 그분은 거기가 자신의 집처럼 편안했던 거다. 그곳이 아버지 하느님이 사시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곳을 장사하는 곳으로 만들었으니 얼마나 속상하셨을까. 성전은 아버지 하느님의 집이고 그곳은 기도하는 집이다.

어느 성서학자는 복음서에 있는 예수님 말씀과 행동들을 보면 그분에게는 하느님 말씀에 대한 놀랍도록 특별한 감수성이 있었다고 한다. 그 감수성이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예수님은 율법과 예언서를 아버지가 아들인 당신에게 하시는 말씀처럼 알아들으셨던 것 같다. 그분은 지극히 순수했다. 하느님 말씀에는 불의는 물론이고 꼼수도 있을 수 없다. 그분에게는 좁지만 오직 곧게 뻗은 길밖에 보이지 않았다.

성전을 그렇게 뒤집어 놓고도 예수님은 바로 그곳에서 날마다 가르치셨다. 반면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과 백성의 지도자들은 예수님을 없앨 방법을 찾았다(루카 19,47). 예수님은 하느님의 일을 하셨고 그들은 그들의 사업을 했다. 그들은 예수님 말씀에서 잘못을 찾을 수 없었다(요한 18,23). 하느님 말씀에서 잘못을 찾으려고 했던 거다. 결국 율법의 절차까지 어겨가며 그들의 계획대로 억지로 예수님을 처형했다. 하지만 그것도 하느님의 인류구원 계획안에 들어 있는 줄은 상상도 못했을 거다. 예수님은 좁은 길로 직진하셨다. 사실 그분에게는 그 길밖에 없었다. 예수님의 순수한 마음이 그리고 그분의 직진이 하느님 나라 문을 열었다.

예수님, 주님을 따라 직진합니다. 잘 하고 싶고 잘 되게 하고 싶은 바람이 자주 꼼수에게 마음을 열어줍니다. ‘예’와 ‘아니오’만 하고 그게 어려우면 침묵하겠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앞으로 또 앞으로 주님 뒤를 따라가겠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곧게 뻗은 아드님의 길을 반듯하게 걸어가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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