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해 12월 5일(대림 제2주일, 인권 주일) 모두 부자인 나라
방역 조치가 강화되면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다시 걱정스럽게 된 것 같다. 코로나로 양극화가 더 심해져 걱정스럽다. 차라리 이참에 공정과 평등처럼 이것이 우리가 모두 고민해야 하는 국가적인 문제로 이슈화되었으면 좋겠다. 코로나로 모든 사람이 경제적으로 고통을 받는 게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오히려 이 때문에 더 많은 수입을 올려 표정관리 중이다. 그런 그들이 기꺼이 어려운 이들을 도와주었으면 좋겠다.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 않음을 잘 알지만 도와주지 않으면 어려운 이들은 어떻게 살 수 있을까?
사회학자도 경제학자도 아니니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현재 우리가 가진 자본주의 이념과 사유재산의 절대적인 권한 개념으로는 정말 풀기 어려운 숙제다. 세상살이에 대한 우리들 생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건강과 돈이 행복의 절대적인 조건은 아니지만 아프고 돈이 없는데 행복하기는 어렵다. 돈 많은 사람이 아니라 돈 걱정 안 하는 사람을 부자라고 여겼으면 좋겠다. 가진 사람이 못 가진 이에게 나눠주면 우리 모두 부자가 된다. 몽상가라고 비웃겠지만 초대교회 교우들이 그렇게 살았다. 신자들은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여 아무도 자기 소유를 자기 것이라고 하지 않았다. 재산과 재물을 팔아 모든 사람에게 저마다 필요한 대로 나누어 주곤 하였다. 그래서 그들 가운데에는 궁핍한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바르나바도 밭을 팔아 그 돈을 내어놓았다(사도 2, 44-45; 4, 32-37). 그리고 수도원이 실제로 그렇게 산다. 먹고 사는 일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하느님께 다 맡겼으니 하느님이 다 책임지신다. 오직 하느님의 뜻을 찾고 그것이 이루어지기만 바란다. 하느님을 기쁘게 해드릴 것만 생각한다.
세례자 요한은 광야에서 사람들에게 회개하라고 외쳤다. “골짜기는 모두 메워지고 산과 언덕은 모두 낮아져라. 굽은 데는 곧아지고 거친 길은 평탄하게 되어라. 그리하여 모든 사람이 하느님의 구원을 보리라(루카 3, 5-6).” 구세주 그리스도께서 나와 우리 안으로 걸어 들어오실 수 있게 길을 평탄하게 만들라는 외침이다. 그 작업이 회개다. 생각을 바꾸고 사는 방식과 삶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거다. 주님은 멀리 계시지 않다. 문 밖에 계시니 문만 열면 바로 들어오신다. 우리가 마음을 바꾸고 생각을 바꾸면 우리 모두 부자가 되고 우리 모두 행복해질 수 있다.
초대교회 교우들은 주님의 재림이 임박한 줄 알았으니 그럴 수 있었을 거다. 때때로 거짓 종말론을 믿었던 사람들이 실제로 그러기도 했다. 수도자들은 수도원에서 태어나지 않았다. 세상에서 태어나 세속교육을 받은 세속인이다. 종신서원을 하고 사제서품을 받아도 그 세속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들은 뼛속까지 세속인이다. 그런데도 하느님을 신뢰하려고 애쓰며 삶 자체로 하느님의 현존을 세상에 증언한다. 하늘나라에서는 시집·장가 드는 일 없이 모두 천사같이 된다. 하느님께 완전히 속하게 된다. 그것을 지금 여기서 보여준다. 세속인이 수도원에서 그렇게 되는 것처럼 대한민국 안에 있으면 모두가 부자가 되고, 돈 건강 노후 걱정 안 하고 받은 재능으로 삶을 가꾸며 내적으로 풍요롭게 살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사람들의 세상살이 그 자체로 참 좋으신 하느님이 세상에 드러나게 되기를 바란다. 꿈 깨라고 하겠지만 나는 그런 꿈을 버리지 않는다. 이미 그 꿈과 비슷하게 살고 있고 마지막 날에는 반드시 완전히 행복해진다고 알고 있다.
예수님, 주님은 여기서 전격적으로 하늘나라 시민으로 사셨습니다. 그런 삶이 이상하고 위험하고 또 도전적으로 보였지만 주님은 행복하셨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주님처럼 여기부터 행복하게 살라고 초대하십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마태 5, 3).”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오직 하나, 주님만 바라보며 살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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