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해 12월 15일 나의 행복 하느님의 뜻
요한 세례자는 예수님도 칭송할 정도로 위대한 예언자였다(마태 11, 11). 그런 그도 죽음 앞에서는 불안하고 의심했던 것 같다. 그는 감옥에서 제자들을 시켜 예수님께 “오실 분이 선생님이십니까? 아니면 저희가 다른 분을 기다려야 합니까?”하고 여쭙게 하였다. 예수님은 그 대답으로 이사야 예언서 구절들을 말씀하셨다. 사람들은 그 성경 구절들이 메시아 시대에 일어날 일들과 구세주의 구원업적을 말한다고 알고 있었다. 즉 눈먼 이들이 보고 다리 저는 이들이 제대로 걸으며, 나병 환자들이 깨끗해지고 귀먹은 이들이 들으며, 죽은 이들이 되살아나고 가난한 이들이 복음을 듣게 되는 것이다(이사 29, 18; 35, 5-6; 61, 1). 그러니 불안해하거나 의심하지 말고 행복하게 지내라고 하셨다(루카 7, 23).
예수님은 질병과 병고와 악령에 시달리는 많은 사람을 고쳐 주시고, 또 많은 눈먼 이를 볼 수 있게 해 주시면서 그런 대답을 하셨다. 복음서에는 요한의 반응은 나오지 않지만, 그 대답을 전해들은 그는 날듯이 기쁘고 가슴 벅차게 감사했을 거다. 예수님은 ‘그렇다, 내가 바로 그다.’라고 대답하실 수 있었을 텐데, 그 대신 하느님 말씀으로 대답하셨다. 그것은 요한이나 예수님이나 두 분이 바랐던 것은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두 분이 세상에서 사는 이유고 인생 최고의 행복이었다.
올 한 해를 뒤돌아본다. 연초에 계획했던 대로 살았는지 성찰한다. 대부분 작심삼일로 끝났지만 이렇게 살아있고 계획했던 대로 안 됐어도 큰 문제 없다. 그 대신 하느님은 차고 넘치게 베풀어주셨다. 나의 계획보다 더 많이 더 좋은 것으로 올 한 해도 채워주셨다. 그중 가장 감사할 일은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것을 사랑할 줄 알게 됐다는 것이다. 나의 뜻이 이루어지면 기분 좋고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면 행복하다. 나의 꿈이 좌절돼서 하느님의 꿈이 이루어짐을 알아채고 기뻐할 줄 안다면 거룩해질 거다. 하느님은 선한 이에게나 악한 이에게나 은총을 베푸신다. 그러나 모든 이들이 그것을 아는 것은 아니다. 수억 명의 그리스도인들이 있지만, 그들 모두가 하느님께 감사하지 않는다. “사실 부르심을 받은 이들은 많지만 선택된 이들은 적다(마태 22, 14).”
이렇게 사나 저렇게 사나 사느라고 수고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그 수고의 의미가 하느님의 거룩한 뜻 안에 담겨 있기를 바란다. 어제 축일을 지낸 십자가의 요한 성인은 구원에 이르는 길은 십자가의 길밖에 없다고 했다. 그 좁은 문을 통과해야만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있다. 그리스도 예수님이 바로 그 길이다. 그분 안에 신비가 담겨있다. 그리스도 안에 지혜와 지식의 모든 보물이 숨겨져 있다(콜로 2, 3). 하느님이 그것을 그분 안에 숨겨 놓으신 게 아니라 그분을 통해 다 드러내셨다. 공개된 비밀이다. 하느님의 뜻을 찾는 이에게는 그것이 다 드러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이에게는 꼭꼭 숨겨진 비밀이다. 자신의 꿈에서 행복을 찾으면 결국 실망하게 되지만 하느님의 꿈에서 행복을 찾으면 언제나 행복하다.
예수님,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제 안에서도 그러기를 바랍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언제나 그리고 죽을 때도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바라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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