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해 12월 25일(성탄새벽미사) 하느님 마음에 드는
성탄전야미사를 마치고 볼일이 있어 읍내로 가는 길이었다. 버스 정류장에 한 아저씨가 서계셨다. 보통 그런 분들을 읍내까지 태워드린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러지 못했다. 그 아저씨는 올해 우리 공동체를 아주 힘들게 한 분이다. 거칠고 대화하기 어려웠다. 성탄인데, 내키지 않고 어색해도 태워드릴 것 그랬다. 지금 생각하니 그분은 본당 성탄밤미사 참례하러 가는 중이었던 것 같다.
성탄절은 기쁜 날이다. 하늘과 땅, 하느님과 인간이 화해한 날이다. 말이 화해지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가 온 세상에 드러난 날이다. 바오로 사도는 말했다. “사랑하는 그대여, 모든 사람에게 구원을 가져다주는 하느님의 은총이 나타났습니다(티토 2,11).” 아기 예수님이 바로 그 보이는 하느님의 은총이다. 그분 탄생소식을 처음으로 들은 이들은 들판에 살면서 밤에도 양 떼를 지키는 목자들이었고(루카 2,8) 처음으로 아기 예수님을 뵙게 초대되었다.
그들에게 그 소식을 전한 후 천사들은 이렇게 노래했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루카 2,14)” 외아들을 내어주셔서 하느님은 기쁘셨고, 그런 분의 마음에 드는 이들은 평화를 선물로 받는다. 예수님이 그런 분이셨다.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셨을 때(마태 3,17), 예루살렘 입성을 앞두고 산에서 모세와 엘리야와 대화를 나누셨을 때(마태 17,5) 하느님은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라고 알려주셨다. 예수님은 다 받아들이셨다. 하느님의 저주와 벌을 받아서 그리 되었다고 여겼던 모든 병자와 죄인들에게 다가가시고 받아들이셨다. 유다 이스카리옷도 제자단에 끼어주셨는데, 그가 당신을 팔아넘길 줄 이미 알고 계셨다(요한 6,64.71). 박해하는 이들을 위해서 기도하고 원수까지 사랑하라고 가르치신 그대로였다. 십자가 위에서 당신을 모욕하고 조롱하는 이들을 용서해달라고 청하시고(루카 23,34), 합법적으로 사형당하는 죄인에게 하늘나라 문을 그냥 열어주셨다(루카 23,43). 이런 분이 나의 주님이시다.
이런 분이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인 게 영광스럽지만 그분과 친하거나 만나지 못하는 것은 그분을 따라 행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묵상이나 대중설교 안에서만 주님을 간신히 만나고 흐릿하게만 본다. 예수님을 죽이기로 했던 이들이 어떤 이들이었는지 잊지 말자. 그들은 자신은 남들과 다르다고 자만했고(루카 18,11) 율법을 잘 모른다고 저주받은 이들이라고 함부로 말했던(요한 7,49) 이들이다. 그래서 결국 그들은 자신에게서 하느님도 분리시키게 됐다. 이 보다 더 큰 불행은 없다. 마음만 바꾸면, 미움을 포기하면, 분리의 장벽을 무너뜨리면 이렇게 좋은 분을 만날 수 있는 데 말이다.
예수님, 이제라도 어제의 잘못을 깨우쳐주시니 고맙습니다. 어색하고 불편한 게 싫어서 그냥 합당하게 미워하는 것으로 놔뒀습니다. 그러니 주님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아드님을 실제로 만나게 모든 이웃을 사랑할 수 있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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