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오신부의 영원한 기쁨' 복음묵상은 2021년 12월31일로 서비스가 종료됩니다. 그동안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다해 12월 26일(성가정 축일) 사랑수련
가끔 고민 상담을 요청받는다. 직장생활 가정생활을 안 하고 상담사 자격증도 없는 내가 무슨 상담을 해줄 수 있을까. 대부분 그냥 들어주는 거다. 아마 그들은 내가 하느님과 가까운 줄 알고 또 하느님은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다고 여겨서 그러는 것 같다. 신학적인 지식은 그보다 좀 더 가졌겠지만, 세상살이 경험은 턱없이 적거니와 미안하게도 하느님과 그렇게 친하지도 않아서 그에게 하시는 하느님 말씀을 전해 줄 능력도 없다. 게다가 내가 알기로 하느님은 해결사가 아니시다.
그런데 내가 자신 있게 해줄 말은 있다. 그것은 인생은 혼자 사는 것이라 거다. 어느 날 세상에 툭 던져지듯 혼자 태어났고 부모를 만나고 형제를 만난다. 친구 배우자 자녀를 만나지만 때가 되면 하나둘 떠나가고 결국 또 혼자가 된다. 처음과 끝이 혼자여서가 아니라 사랑하는 배우자와 자녀가 있어도 문득 느끼곤 하는 외로움은 아주 진하고 본질적이어서 사람은 그것을 해소해주지 못한다. 그 외로움은 나를 빚어 만드시고 부르시는 하느님과의 만남으로만 없어진다. 한때는 다른 사람들처럼 가정을 꾸밀 계획이었고 몇 년 전에는 다시 태어나게 된다면 꼭 가정을 꾸밀 거라는 말도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가정이 필요 없어서가 아니라 하느님과 하나 되는 게 인생의 목적이고 모든 수고의 의미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부부와 부모 자녀의 사랑도 주님의 복음으로 정화되고 성숙해서 그 사랑을 완성한다.
부모에게 사랑을 배우고 이성을 좋아하며 사랑에 눈을 뜨고 자녀를 키우며 사랑을 실천한다. 우리는 사랑하기 위해 태어났다. 하느님은 사랑이시고 인생 순례 목적지가 그분 품이고 그분의 나라다. 마리아와 요셉이 소년 예수님을 성전에서 되찾았을 때 그분은 되물었다. “왜 저를 찾으셨습니까? 저는 제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하는 줄을 모르셨습니까? (루카 2, 49)” 하늘나라 또는 하느님과 하나 됨은 혼인에 비유되곤 한다. 그런데 예수님은 혼인하지 않으셨다. 그분은 상징이나 비유가 아니라 실재고 현실이셨다. 그분은 이 땅에 발을 붙이고 사셨지만 이미 하늘나라에 계셨다. 하늘나라에서는 시집가고 장가가지 않고 천사들처럼 된다(마태 22, 30). 모두가 한 아버지 밑에 형제자매다. 여기서는 부모 자식이지만 거기서는 형제자매다. 나와 다른 형제들은 이렇게 예수님을 따라 살면서 그 나라와 그 시간을 세상에 증언한다.
세상살이는 하느님의 집을 찾아가는 긴 순례다. 만나는 사람들과 다른 피조물은 내게 채권자처럼 사랑을 요구한다. 마지막 한 닢까지 다 갚아야 채무에서 풀려나오는 것처럼 끝까지 사랑해야 하느님을 만난다. 여기서 다 못하면 저기서 그날을 기다리며 단련을 받는다. 어차피 끝까지 다 해내야 하는 거라면 지금 여기서 완성하는 게 좋다. 불평할 일이 있더라도 인내하고 용서한다. 사실 누군가가 나를 그렇게 인내하고 있고 주님께만 탈렌트의 빚을 탕감받았다. 연민 호의 친절 겸손 인내 등 모든 덕행은 사랑 안에 들어 있다. 이렇게 사는 이들은 그리스도의 평화를 누린다. 그는 하느님 나라에 가까이 와 있다.
예수님, 주님은 여기서 하느님 마음에 드는 아들이셨고 지금은 저와 모든 인류의 완전한 인간의 모델이십니다. 오늘도 주님을 따라 형제를 사랑합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고민하는 가정을 아드님께로 인도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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