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1월 25일 혼인과 자녀

이종훈

11월 25일 혼인과 자녀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는 특별하고 또 거의 영원하다그에 반해 부부는 남남이 합의로 만들어지는 계약관계이다교회 안에서 무효선언이 되면 그 계약은 파기되고이혼으로 효력을 잃는다또 배우자가 죽으면 그 관계는 끊어진다게다가 여러 가지 이유로 이전 혼인유대에서 풀리면 다른 사람을 배우자로 맞아들이기도 한다그것을 보면 반드시 그 남자그 여자가 자신의 배우자가 아니어도 되는가 보다.

 

혼인으로 맺어진 남녀의 결합은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계약과 결합을 설명하기에 가장 적절하다인간의 혼인계약은 깨지기도 하고 또 다른 사람이 그 배우자가 될 수도 있는 것과는 달리하느님과의 결합은 영원하고 그분이 아니면 그런 계약은 맺어질 수 없다는 점에서 확연히 다르다오히려 혼인보다는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하느님과 나의 관계를 더욱 잘 설명하는 것 같다그래서 좀 이상하지만 하느님과 혼인하여 그분의 자녀가 되는 것이라고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왜 결혼할까하느님의 명령이기도 하지만(창세 1,28), 자신의 잃어버린 또 다른 반쪽을 찾고자 하는 근원적인 바람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이것은 아마도 우리 인류의 조상들이 쫓겨난 낙원을 그리워하는 마음일지도 모르겠다이 세상에서는 채울 수 없는 근원적인 욕구가 하느님과 결합하여 그분의 자녀가 되면 완전히 채워지고 그러면 더 이상 그리움과 욕망에 시달리지 않을 것이다.

 

죽어 본 사람이 없으니 우리는 죽은 다음 무슨 일이 벌어지는 도무지 알지 못한다그러니 부활도 알아들을 수 없다그저 믿을 뿐이다그 믿음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혼인이 가리키고부모-자녀 관계가 설명해주는 하느님과의 완전한 결합과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나의 인간성의 완성은 이미 여기서부터 시작됐다죽음은 그것을 더 이상 믿을 필요가 없게 되는 경계 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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