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장 문을 열고(주님 공현 대축일, 1월 7일)
공현 대축일은 하느님께서 온 세상 모든 민족들에게 당신을 나타내 보이셨음을 되새기는 날입니다. 하느님은 몇몇 특별한 사람들에게만 은밀하게 당신을 나타내 보이신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은 모든 사람들이 당신을 알고 사랑해서 참된 행복을 누리기를 바라시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살아계시고 오늘도 우리를 위해 일하고 계시니 우리는 하느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전해 받은 신앙으로 하느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마치 한 번도 뵌 적이 없지만 아버지께서 알려주셨던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처럼 하느님을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온갖 좋은 이야기, 설교, 강의를 들으면 가슴이 뜁니다. 그러나 그 때뿐, 그 시간이 지나면 하느님은 여전히 먼 곳에 계십니다. 이제 하느님 이야기는 그만 듣고, 그분을 직접 만나야 하겠습니다. 다른 형제들을 보는 것처럼은 아니겠지만, 그분이 살아계시고 일하고 계심을 느낄 수는 있을 겁니다.
교회는 여기저기서 하느님의 구원사업을 이어가면서 세상에 하느님을 나타내 보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요즘은 제 역할을 못하는 것 같습니다. 성당 울타리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고 활발히 활동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왠지 모를 답답함을 느낍니다. 마치 안전한 새장 안에 있는 새처럼, 주인이 때가 되면 물과 음식을 꼬박꼬박 넣어 주고, 튼튼한 새장 안에 있어서 고양이나 개의 공격에서 완전히 안전한 곳! 그러나 그게 전부인 새장 안의 예쁜 작은 새!
예수님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셨지만 성전의 사제로 살지 않으셨습니다. 그분은 밥벌이를 하셨고, 때가 차자 세상 곳곳을 돌아다니시며 복음을 전하셨습니다. 그분의 삶은 모험과 도전 그 자체였지만 동시에 그런 만큼 아버지 하느님께 대한 신뢰였습니다. 그분의 하느님 나라 운동은 언제나 성공적이지 않았습니다. 권력자들의 도전과 사람들의 거부를 받으셨고 그리고 죄인으로 몰려 처형되셨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실패가 아니라 오히려 온 세상에 더 큰 소리로 하느님을 알리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 동방박사들이 직접 마구간으로 갔다면 오늘 우리는 이 아름다운 이야기를 전해 듣지 못했을 겁니다. 그들이 헤로데 왕을 만나 본의 아니게 구세주의 탄생을 알리게 된 것도 어쩌면 하느님의 뜻이었는지 모릅니다.
사랑은 숨길 수 없고, 하느님의 말씀은 가슴 속에만 담아둘 수 없습니다. 우리는 안전하지만 답답한 새장 안에 갇힌 예쁜 새가 아닙니다. 하느님은 새장 밖 더 넓고 아름다운 세상에서 우리를 부르십니다. 더 큰 자유와 참된 행복, 당신이 계신 곳으로 오라고 부르십니다. 그 목소리를 들었다면, 그 별을 보았다면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준비해서 길을 떠나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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