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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 8월 29일(성 요한세례자 수난) 작은 의인들에게

이종훈

8월 29일(성 요한세례자 수난) 작은 의인들에게

 

고통이나 수난은 모두가 피하고 싶어 하지만 살면서 피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의미 혹은 동기가 확고하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새 세상을 보여준다. 더 나아가 그 고통과 수난을 달콤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기도 하다.

 

자신이 바라는 것의 성취도 그 의미와 동기가 되겠지만 그런 것들이 보장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있다. 사랑이 그것이다. 간혹 서운할 때도 있지만 대체로 부모는 자식에게 바라지 않는다. 오히려 짐이 될까 걱정한다. 하루 종일 직장과 집안 일로 시달려도 아이의 재롱과 웃음 그리고 그들이 주는 작은 선물에 모든 수고와 고통을 잊어버리는 바보가 된다. 때로는 책임감이라는 무게에 짓눌리지만 그들은 그 무게를 견딘 만큼 튼튼해지고 단단해지고 너그러워진다.

 

성당 전면에는 어떤 형태로든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상징하는 것이 있다. 어떤 것은 너무 현실적으로 표현되어 바라보기에 불편하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더 했을 것이다. 의로운 일을 도모하고, 훌륭한 사람이 되고, 좋은 부모가 되는 데 실제로 겪는 수고와 고통은 상상과 묵상을 통해 예상했던 것과 훨씬 더 크다.

 

이기적이고 거친 세상 속에서 하느님의 어린양처럼 살겠다는 결심으로 마음이 뜨거워지지만 그런 일들이 실제로 자신에게 일어나면 머뭇거리고 뒷걸음치게 된다. 게다가 자신의 수고와 희생이 가려지고 기억되지 않을 것 같을 때 더 심하게 갈등하고 포기하고 싶어진다. 세례자 요한도 그랬고(루카 7,19), 예수님도 그랬다(마태 26,39). 그러니 우리가 그러는 것은 당연하다. 흔들릴 때, 포기하고 싶을 때 두 분도 그러셨음을 기억해낸다면 우리가 바른 길로 걷고 있다는 확신과 함께 위로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 세상 곳곳에서 의롭고 옳은 길을 외롭게 걷고 있는 모든 이들을 십자가의 주님께서 위로해주셔서 그들의 쳐진 어깨를 펴주시고 풀린 다리에 힘을 넣어주시기를 기도한다. 멋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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