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1월 23일 영적인 부자

이종훈

11월 23일 영적인 부자

 

“나는 그 천사의 손에서 작은 두루마리를 받아 삼켰습니다. 과연 그것이 입에는 꿀같이 달았지만 먹고 나니 배가 쓰렸습니다(묵시 10,10).” 하느님의 말씀을 들을 때는 즐겁고 마음은 뜨거워지지만 그대로 실천하려하면 언제나 머뭇거리고 자주 실패한다. 성인전을 읽고 의인들의 삶을 들으면 가슴이 뜨거워져 거룩한 결심을 하지만 현실에서는 내가 그런 결심을 한 사람이 맞나 싶게 다른 행동과 선택을 한다. 아니 예전과 똑같다.

 

인간은 영적인 동물이라지만 그 영을 지닌 육체는 참 죄스럽다. 그렇다고 비난하지는 않는다. 본성이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걸 어쩌겠나. 먹고 살아야하고 미래를 대비해야하고 좀 더 쉽고 편안한 걸 좋아하게 마련이다. 예수님도 이런 우리 처지를 아주 잘 아실 거다. 그런대도 주님은 우리에게 먹는 거 입는 거를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것이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이미 알고 계시기 때문이다. 그 대신 하느님 나라와 그 의로움을 찾으라고 하셨다(마태 6,31-33).

 

예수님은 성전을 뒤집어 엎으셨다. 거룩해야 할 곳이 장사꾼과 강도의 소굴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루카 19,46, 요한 2,16). 순례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비둘기 양 등 성전 봉헌물을 팔았고, 성전에서는 유다인들 화폐만 받으니 로마화폐를 환전해야했다. 뭐가 문제인가? 그 편의시설이 아니라 성전과 상인들 사이에 뒷거래, 검은 거래가 있음을 아셨을 거다. 예나 지금이나...

 

교회가 가난했으면 좋겠다. 수도원은 더 가난했으면 좋겠다. 조금 불편해도 서로 돕고 양보하고 희생해야 살 수 있는 곳이기를 바란다. 그래서 서로 더 사랑하게 되고, 하느님이 직접 그들을 보살피고 보호하심을 세상이 알게 되기를 바란다. 물질적으로는 가난해져도 영적으로는 부유해지기를 바란다. 이 바람이 입만 아니라 나의 뱃속도 달콤하게 해주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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