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0월 18일 선교와 의존성

이종훈

10월 18일 선교와 의존성

 

세상 소식들을 접하면 여기는 인간세상이 아니라 동물의 왕국 같다. 속이고 감추고 먹고 먹히는 약육강식의 세상… 답답하고 속상해서 고개를 돌리며 이런 세상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예수님은 이런 세상을 보시며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 그러니 수확할 밭의 주인님께 일꾼들을 보내 주십사고 청하라(루카 10,2)”고 명령하신다. 내가 보는 세상과 그분이 보는 세상이 다르지는 않을 텐데. 당신의 일꾼들을 세상 속으로 보내시면서 “가거라. 나는 이제 양들을 이리 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너희를 보낸다(3절).”라고 말씀하시는 걸 보면 주님과 나는 분명히 같은 세상을 보고 있는 것 같다.

 

이리 떼 속으로 들어가면서 만반의 준비를 해도 부족할 텐데, 주님은 아무 것도 지니지 말라고 분부하신다. 선교를 위해서 풍부한 지식, 치밀한 선교계획, 신변의 안전 등을 고민하는 우리들을 당혹스럽게 만드신다. 그러고 보면 예수님의 전교 여행이 정말 그랬음을 떠올리게 된다. 선교를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 그리고 끊임없이 훈련해야 할 것은 ‘의존성’이다. 의존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파견하시는 분을 잊지 않고 그분의 지혜와 힘에 전적으로 신뢰하는 것이다. 수도생활의 서원은 공동체 안에서 이런 의존을 배워 익히게 한다. 겸손하게 형제에게 도움을 청하고, 사랑으로 기꺼이 형제와 이웃을 도우며, 신뢰하는 마음으로 장상과 공동체의 결정을 따른다. 이런 훈련들이 동물의 왕국과 같은 세상 속에서 수확을 앞둔 농부의 설레는 마음을 배우게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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