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4월 4일 하느님의 구원의지

이종훈

4월 4일 하느님의 구원의지

 

이스라엘 민족은 모세의 인도로 이집트의 혹독한 노예생활에서 해방되었다. 그런데 진정한 자유,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땅으로 완전히 들어가는 길은 험난했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차라리 이집트로 돌아가는 편이 낫겠다고 불평할 정도였다. 그들은 모세가 하느님의 법규들을 들으러 시나이 산으로 올라가서 내려오지 않자 불안한 나머지 금송아지를 만들어 경배하였다(탈출 32,1.4). 40일도 기다릴 수 없었던 모양이다(탈출 24,18). 430년 동안 노예생활을 했는데도(탈출 12,40) 말이다.

 

유다인들은 예수님을 하느님의 아들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들이 그렇게 기다려 온 구세주가 드디어 그들 바로 눈앞에 나타났는데 그들, 특히 하느님을 가장 알고 그분의 말씀대로 열심히 산다는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 적극적으로 거부했다. 예수님은 가르침과 치유, 구마 등의 여러 기적들을 보여주시고 율법에 대한 논쟁을 통해서도 당신의 신원을 증명하셨지만 그들은 인정하지 않았다. 사실 평범한 사람을 두고 그가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인정하는 것을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특별히 아는 것이 많은 사람에게는 더욱 그랬을 것이다. 그래도 가깝게는 세례자 요한이 증언했고, 당신이 일으키신 많은 기적들을 들었고 그리고 성경의 예언들이 당신에게서 그대로 실현되고 있음을 알았으면 양심적으로 아니 억지로라도 인정해야 했을 텐데.

 

하느님 말씀대로 정말 이스라엘 백성은 목이 참으로 뻣뻣했다(탈출 32,9). 그들의 후손인 유다인들과 바리사이들은 참으로 교만했다. 그런데 그게 바로 나다. 예수님은 유다인들이 당신을 알아보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가 하느님의 말씀을 따른다고 하지만 그 말씀이 그들 안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요한 5,38),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기 때문이라고(요한 5,42) 하셨다. 내 안에는 하느님의 말씀보다는 내 생각, 내 계획, 내 안위가 더 크고 하느님보다 나를 더 사랑한다. 뉘우치고 통회하지만 사흘이면 제 자리로 돌아가고야 만다. 이런 내가 목이 뻣뻣한 이스라엘 백성과 예수님을 당신의 집인 예루살렘 성전 밖으로 밀어낸 유다인들을 어떻게 탓할 수 있겠나?

 

예수님은 당신의 운명을 아셨다. 사람들이 당신을 어떻게 대할지 알고 계셨다. 당신이 아무리 참된 가르침을 주고 좋은 일을 많이 해줘도 그들이 당신에게 어떤 일을 할지 예상하셨다. 아니 확신하셨다. 하느님은 나보다 나를 더 잘 아신다. 내가 나를 바꿀 수 없고, 하느님도 별수 없음을 아신다. 노아의 방주사건 이후 사람은 어려서부터 악한 생각을 품게 마련임을(창세 8,21), 어쩌면 아담과 하와가 따먹지 말라는 선악과를 먹은 때부터(창세 3,6) 알고 계셨을 것이다. 그래서 하느님은 예수님을 희생 제물로 내놓으셨을 것이다. 그것 말고는 이들을 구원한 방법이 없다고 판단하셨나보다. 하느님의 인류구원 의지를 꺾을 것이 이 세상에는 없다.

 

저보다 저를 더 잘 아시는 하느님, 아무리 바꾸려고 해도 바뀌지 않는 저를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제 마음에 하느님이 머무실 자리를 조금밖에 내어드리지 못함도 너그럽게 이해해주십시오. 그리고 조금만 더 기다려주십시오. 제 것을 버려 당신의 자리를 만들고 저보다 주님을 사랑하려고 매일 매일 노력하고 있습니다. 비록 별 성과가 없지만 이 노력만 보아주십시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어머니의 사랑으로 이 뻣뻣한 마음을 부드럽게 만들어 주님의 자리가 생겨나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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