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4월 12일 낙태는 살인

이종훈

4월 12일 낙태는 살인

 

국가의 최고 법률기관인 헌법재판소가 낙태죄가 위헌이라는 결정이 내려졌다. 아... 탄식이 저절로 나온다. 그동안 교회와 인권단체들이 이런 결정을 막으려고 노력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수년 전에는 합헌이었데, 지금은 위헌이란다. 헌법은 그대로인데 법을 해석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바뀐 셈이다. 낙태법이 폐지되었다고 낙태에 관계된 이들이 받은 양심의 상처가 함께 사라지지 않는다.

 

태아의 생존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 사이 다툼에서 태아가 진 셈이다. 처음부터 태아는 싸울 힘도 없었다. 임산부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그(녀)를 도와주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이가 태아이다. 임신 22주 내외가 낙태가능 한도인데, 그것은 태아가 엄마의 도움의 없이 생존가능한 시기이기 때문이란다. 22주 이전까지 태아는 사람이 아니라 여자의 몸에 붙은 혹 정도로 생각한다는 의미이다. 사람처럼 손이 많이 가는 동물이 어디 있나? 사람은 태어난 지 10년이 지나도 독립할 수 없다.

 

폭력에 의한 임신이나 원치 않는 임신뿐만 아니라 계획에 없던 임신도 모두 중단시킬 수 있게 됐다. 그런 중에 합헌의 판결을 내린 두 재판관은 ‘우리는 모두 태아였다. 지금 낙태죄 위헌, 합헌 논의를 할 수 있는 것도 낙태당하지 않고 태어났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냈다. 미혼모들이 불이익을 보는 건 낙태의 자유가 없어서가 아니라 임신한 여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 때문이고 미혼모에게만 임신과 육아의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미혼부(未婚父)의 책임을 강화하는 법을 만들어야한다고 주장했다.

 

낙태는 살인이다. 엄연한 범죄인의 사형도 폐지하려는 이 마당에 무죄하고 저항도 못하는 이를 죽임이 어떻게 정당할 수 있나?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지 않나?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들의 고통을 모르지 않는다. 인간에 대한 전문가라고 자처하는 우리 교회는 입으로만 외치지 말고 작은 생명을 끝까지 보호하려는 이들을 격려하고 실제적으로 도와주어야 한다. 진리가 당연함 안에 있는 것처럼 하느님은 아주 가까운 곳에 계시다. 어떤 논리와 주장도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된다는 진리를 뒤집을 수 없다. 말하지 않아도, 법이 없어도 우리는 모두 그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왜 그것을 억지로 덮으려고 하나?

 

예수님, 가장 작은이들을 해준 것이 주님께 해드린 것이라고 하셨는데, 우리는 합법적으로 가장 작은이들을 죽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좋습니까?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법이 다르게 말해도 작은 이들을 지키고 보호하려는 좋은 사람들의 힘이 되어 주시고 도와주소서. 아멘.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번호 제목 날짜
833 [이종훈] 5월 1일(노동자 성 요셉) 노동 하느님을 만나는 자리 2019-05-01
832 [이종훈] 4월 30일 투명한 육체 2019-04-30
831 [이종훈] 4월 29일(성녀 카타리나) 위로부터 받은 것 2019-04-29
830 [이종훈] 4월 28일(부활 2주일) 하느님의 간절한 바람 2019-04-28
829 [이종훈] 4월 27일(부활팔일축제 토요일) 신뢰 2019-04-27
828 [이종훈] 4월 26일(부활팔일축제 금요일) 선교와 회개 2019-04-26
827 [이종훈] 4월 25일(부활팔일축제 목요일) 영적인 눈 2019-04-25
826 [이종훈] 4월 24일(부활팔일축제 수요일) 부서짐과 새로 태어남 2019-04-24
825 [이종훈] 4월 23일(부활팔일축제 화요일) 작고 여린 목소리 2019-04-23
824 [이종훈] 4월 22일(부활팔일축제 월요일) 달콤한 죽음 2019-04-22
823 [이종훈] 4월 20일(파스카성야) 약해지기 2019-04-20
822 [이종훈] 4월 19일(성주간 금요일) 암흑 2019-04-19
821 [이종훈] 4월 18일(주님만찬 성 목요일) 희생과 삶 2019-04-18
820 [이종훈] 4월 17일(성주간 수요일) 늘 거기에 그렇게 든든하게 2019-04-17
819 [이종훈] 4월 16일(성주간 화요일) 배신의 상처 2019-04-16
818 [이종훈] 4월 15일 하느님 사랑 2019-04-15
817 [이종훈] 4월 14일(주님수난성지주일) 환호 2019-04-14
816 [이종훈] 4월 13일 성주간을 맞으며 2019-04-13
열람중 [이종훈] 4월 12일 낙태는 살인 2019-04-12
814 [이종훈] 4월 11일 믿음이 현실로 2019-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