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4월 13일 성주간을 맞으며

이종훈

4월 13일 성주간을 맞으며 

 

 예수님은 좋은 일을 많이 하셨다. 거기에는 아무런 대가도 보답도 없었다. 사람들은 청하며 매달렸고 예수님은 그들을 구해주셨다. 어떤 이는 청하지도 않았는데 그의 처지 딱하게 여긴 예수님은 그를 구하셨다. 미사를 봉헌하면 예물을 받고, 병자성사를 해주어도 사례비를 받으며, 강의료와 피정비를 받는 나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셨다. 그 돈은 우리가 받지만 사실 그것은 사람들이 하느님께 바치는 감사와 청원의 표지이다. 우리는 하느님 덕에 먹고 산다.

   

무상으로 좋은 일을 하시는 예수님을 사람들이 좋아하고 그분께 몰려감은 당연했다. 사람들은 그분이 하느님께서 보내주겠다고 약속하신 구세주이실 거라고 믿고 싶었다. 사람들은 그분의 행하시는 좋은 일들이 그분이 구세주이시라는 표지로 이해했지만, 높은 양반들은 그분을 아주 위험한 인물로 평가했고 사회 안정을 위해서 희생되는 것이 그분이 베풀었던 여러 선행들보다 더 큰 선이라고 결정했다(요한11,50.53).

   

이를 아신 예수님은 몸을 숨기셨다. 아니 때를 기다리셨다. 당신이 누구신지 온 세상이 완전히 알게 하려고 준비하셨다. 당신은 혁명가도, 교사도, 예언자도, 의사도 아닌 인류를 구원하실 구세주 그리스도임을 온 세상이 알게 하시려고 때를 기다리고 준비하셨다. 예수님은 과월절, 파스카 축제날을 기다리셨다.그 날은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 긴 노예생활에서 해방됐음을 기념하는 날이었다. 그 축제의 핵심은 희생양의 피였다(탈출 12,1-14). 사람들이 당신을 바로 그 희생양과 같은 존재로 알게 되기를 바라셨다. 그 때처럼 사람들이 당신이 죽음을 건너가게 하시는 분이라고 알리려는 것이었다.

   

삼지창을 쥔 긴 꼬리와 두 뿔이 달린 검은 악마와 하프를 든 날개 달린 하얀 천사가 싸우는 그림은 자주 보았어도 그 악마가 하느님께 덤비는 그림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맞다, 악마는 하느님께 대항하지 못한다. 하느님 앞에 나서는 그 순간 사라져버릴 테니 그럴 리가 없다. 그래서 언제나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곳에 숨어서 일한다. 그 어두운 곳이 인간의 가장 약한 곳이고, 그곳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다. 그 두려움 안에는 고통, 실패, 더 고귀한 삶으로 나아갈 때 거쳐야 하는 혼란, 선한 일을 할 때 겪는 도전과 반대도 있다. 예수님은 당신의 죽음으로  그 죽음을 죽이신다.

   

내일부터 성주간이다. 인간적인 눈으로 보면 예수님은 준비하고 기다리셨던 죽음의 행진을 시작하신다.제자들은 아무 것도 모른 채 스승을 따라간다. 오늘 우리는 이 행진을 수십 번 보았기 때문에 무슨 일들이 벌어질지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잘 모른다. 죽음의 행진을 하시는 예수님을 따르는 우리는 죽음의 강을 건너 생명의 나라로 건너감(파스카)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르니 성삼일 전례는 매 번 반복되는 재방송되는 드라마를 지루하게 시청하는 것 같다.죽음에 대한 두려움, 하느님의 죽음 그리고 나의 구원이 무엇인지 조금 더 깊이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구속주이신 예수님, 당신을 따라갑니다. 저의 발에 마음도 실어 따라가겠습니다. 죽음이 그렇게 두려운 것인지, 그리고 그런 죽음이 당신의 죽음 그리고 사랑 앞에서는 정말 아무 것도 아닌지 알게 해 주소서.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저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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