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훈] 6월 8일 구원 이야기

6월 8일 구원 이야기 

요한복음은 이렇게 끝맺는다. “예수님께서 하신 일은 이 밖에도 많이 있다. 그래서 그것들을 낱낱이 기록하면, 온 세상이라도 그렇게 기록된 책들을 다 담아 내지 못하리라고 나는 생각한다(요한 21,25).” 물론 과장이지만 4복음서와 위경들이 담아내지 못한 예수님의 다른 이야기들까지 모두 기록한다면 지금 책 몇 권보다는 분명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거기에 그분의 이야기를 듣고 삶을 바꾸고 봉헌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더한다면 그의 생각은 헛된 과장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복음서는 예수님의 전기가 아니라 신앙고백서이다. 글쓴이 개인이 아니라 그가 속해있던 공동체의 신앙고백이다. 이를 위해서 그는 자료들을 수집 편집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주관하신 분은 성령님이시다.

나의 전기를 쓰게 될까? 아니다. 뜬금없이 떠오르는 과거가 얼굴을 뜨겁게 하고 돌아가서 바로 잡거나 나의 역사 안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일들이 가득한 데 그것들을 기록해서 뭐하겠나? 그 때는 바르고 정당한 행동이었다고 믿었지만 지금 보니 그게 아니었음을 알게 된 것들이 많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텐데 그런 것들을 기록해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이 뭐가 있겠으며 마지막까지 부끄럽고 싶지 않다.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하지 않지만 나의 역사는 하느님께서 쓰시는 나의 구원이야기라는 믿음에는 의심이 없다. 나는 백지이고 글 쓰는 이는 하느님이시다. 그분은 알파요 오메가이시니 나의 모든 것을 기억하시고 아신다. 과거도 잊어버리고 기억한다 해도 뭐가 선한 것이었는지 잘 구분 못하고, 나의 미래가 구체적으로 어찌될지 모른다. 하지만 주님께서 내 안에서 승리한 이야기로 그 책을 끝맺게 될 것임은 안다. 아니 믿는다.

밀도 가라지도 구분 못하지만 그분은 하신다. 살면서 이곳저곳으로 마구 뻗었던 가지들 중 말라버린 가지, 열매 못 맺는 가지들은 모두 쳐내시고 열매를 맺는 가지만 키워나가시고 후에 열매를 맺으면 당신 곳간에 쌓아두실 것이다. 많지는 않아도 먹을 만한 열매 몇 개는 나오지 않을까? 그거면 족하다. 그리고 꼭 그렇게 될 것이다. 내가 아니라 하느님의 그렇게 하실 것이다.

예수님, 주님을 어떻게 따라가야 하는 지 매일 조금씩 배웁니다. 그 배움은 반복이면서도 또 새롭습니다. 배우고 익힘의 걸림돌은 세상이 아니라 바로 저 자신입니다. 오늘도 다시 잘 다룰 줄 모르는 저의 의지를 주님께 드립니다. 주님의 뜻대로 쓰십시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무엇이든지 그분이 시키시는 대로 할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