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9월 12일 우리 하느님

이종훈

9월 12일 우리 하느님

 

이름 모르는 풀벌레 소리에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맑은 하늘을 가르며 노래하는 새들이 마음을 맑게 한다. 어미 입에 물려 들려가는 새끼 고양이는 집에 가면 야단을 맞을 것 같다. 지붕이 뚫어질 것처럼 내리는 빗소리와 어두운 방을 순간 환하게 만드는 번개는 나를 놀라게 하고 두려운 마음이 들게 한다. 책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밝은 보름달은 낭만을 선물한다. 이 모두가 참 좋으신 우리 하느님 작품들이다.

 

한 사람의 완전한 내어줌과 희생 이야기는 언제나 깊은 감동을 준다. 그것이 지어낸 이야기여도 그렇다. ‘아낌없이 내어주는 나무’는 그에게 마지막에는 앉아 쉴 수 있는 자리까지 되어 주고, ‘키다리 아저씨’는 언제나 늘 그렇게 그 자리에서 드러나지 않게 그를 도와준다. ‘워낭소리’의 그 듬직한 늙은 소는 마지막으로 주인이 추운 겨울을 날 땔감을 한 가득 해 놓고서 비로소 그 코뚜레를 풀고 눈을 감았다. 어머니란 말만 들어도 숙연해지고 그립고 눈물 난다. 이렇게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위대한 업적을 남긴 위인의 생애가 아니라 참으로 사랑했던 사람들의 작은 이야기들이다. 우리 하느님은 사랑이시다.

 

자연에서 느끼는 평화와 경외심, 남모르는 희생과 사랑 이야기에서 받는 깊은 감동 모두 하느님이 하시는 일이다. 예수님이 그렇게 사셨다. 마지막으로 십자가의 희생으로 하느님의 완전한 사랑을 보여주셨다. 아무런 보답을 바라지 않고 내어주시고 사랑하시는 분이 우리 하느님이시라고 알려주셨다. 그리고 우리도 그렇게 되라고 하셨다. “너희를 미워하는 자들에게 잘해 주고, 너희를 저주하는 자들에게 축복하며, 너희를 학대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라(루카 6,28)”고 하셨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그러고 싶지 않다. 아니 그러고 싶지 않아서 불가능해 보이는 것인가?

 

하느님 나라는 이곳저곳에 보이게 존재하지 않는다. 그곳은 참 좋으신 하느님이 다스리시는 사람들의 마음 안에 있다. 비폭력, 보답을 바라지 않는 베풀음, 차별하지 않는 사랑, 원수를 용서함은 보이지 않는 하느님과 그분의 나라를 세상에 드러낸다. 하느님은 자비로우시기에(루카 6,36) 완전하시고(마태 5,48) 거룩하시다(레위 11,44.45). 우리 하느님은 우리도 당신처럼 자비로워서 완전해지고 거룩해지기를 바라신다. 이 불가능한 사랑에 도전하는 것은 그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를 위해 되어주어 커진 나의 되에 하느님이 누르고 흔들어 넘치도록 후하게 담아 나에게만 주실 그 선물을 기대하고 또 그리해 주시리라 믿기 때문이다(루카 6,38).

 

예수님, 불가능한 일을 하라고 하신 것이 아니지요? 저는 할 수 없지만 제 안에 계신 주님은 하실 수 있습니다. 죄인이지만 주님을 따라 주님의 나라로 들어갑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하느님께 불가능이란 없음을 듣고 믿으셨으니 저에게도 그 믿음을 얻어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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