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9월 17일 죽음에 손대기

이종훈

9월 17일 죽음에 손대기

 

인간에게 최대의 적은 죽음이다. 이스라엘의 율법에도 그것이 부모 형제의 것이어도 심지어 짐승이어도 주검에 몸이 닿으면 부정하다고 했다(레위 21,11; 민수 6,7; 19,11). 지금도 그가 부모나 친지가 아니면 시신에 손을 대기 꺼린다.

 

그런데 예수님은 죽음에 손을 대셨다. 과부의 외아들의 관에 손을 대셨고(루카 7,14), 회장장 야이로의 죽은 딸의 손을 잡으셨으며(마르 5,41), 죽은 지 나흘이나 지나 부패해서 냄새가 나기 시작하는 무덤 문을 열어젖히셨다(요한 11,39).

 

예수님께 죽음이란 아예 없었던 것 같다. 죽은 이들을 되살리실 때 그분은 ‘살아나라!’ ‘죽음아, 물러가라!’처럼 죽음을 전제로 하는 명령이나 행동을 하지 않으셨다. 그 대신에 죽은 과부의 외아들에게는 “젊은이야,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라(루카 7,14).” 야이로의 딸에게는 “소녀야,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라(마르 5,41).”라고 하시며 그의 손을 잡아 일으키셨다. 라자로에게는 “라자로야, 이리 나와라(요한 11,43).” 하고 외치셨다. 우리 눈에는 죽음이지만 그분에게는 자고 있거나 하느님의 능력이 드러나는 자리일 뿐이었다.

 

그분은 우리의 고통과 두려움을 잘 아셨다. 그 중에서도 죽음이 가장 큰 두려움임을 아셨다. 육체적인 죽음뿐만 아니라 악령에게 시달리거나 죄의 노예생활을 하고 또 율법의 무게에 짓눌려, 사는 게 사는 게 아닌 삶도 죽음과 같은 것임을 아셨을 것이다. 그분은 인간의 고통과 죽음에 손을 대심을 넘어 나중에는 아예 죽음으로 들어가셔서 그것을 통째로 없애버리셨다. 예수님의 십자가 수난과 죽음은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의 극치이다. 죽을 수 없는 분이 죽음의 고통을 받아 안으셨기 때문이다. 그분을 믿고 따르는 이들에게도 죽음은 없다.

 

예수님, 부활은 죽음에 대한 승리와 하느님 사랑과 자비의 웅장한 선포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은 저희를 파견하십니다. 토마스에게 당신 옆구리 상처에 손을 대어보라고 하셨듯이 저희도 두려워 말고 세상의 상처와 죽음에 손을 대라고 초대하시고 파견하십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주님을 믿음으로 제 안에서 죽음이 사라졌음을 믿고 다른 이들의 고통과 상처 그리고 죽음에 손을 댈 수 있는 용기를 얻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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