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9월 26일 사는 이유

이종훈

9월 26일 사는 이유

 

봉사자들과 점심을 먹으며 사는 이야기를 하다가 봉사자 한 분이 다시 태어난다면 성직자로 살겠다고 말했다. 이에 나는 결혼할 거라고 했더니 그분은 그러면 안 된다고 손사래를 쳤다. 이 말을 듣던 한 형제는 자신은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나지 않을 거라고 했다. 그 좋은 하늘나라를 떠나 왜 이런 세상에 다시 오느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 모두 한바탕 웃었다. 농담이고 표현 방식은 달랐지만 우리 모두 한 목소리로 이 세상 삶이 녹록치 않고 어떻게 살든 다 채워지지 않는다고 말한 것이었다.

 

예수님은 결혼하지 않으셨지만 수도생활도 하지 않으셨다. 세상 사람들은 그분을 여러 가지로 평가했다. 예언자, 의사, 퇴마사, 설교가, 되살아난 세자 요한이나 엘리야, 그 나라의 임금감이라고 여겼다. 그들의 평가는 나름 맞았다. 그분이 실제로 그런 일들을 하셨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하늘나라를 세상에 보여주셨다. 당신이 하신 그런 일들이 다 필요 없는 다른 세상, 다른 삶의 방식이 있다고 당신의 온 삶으로 전하셨다.

 

사람들은 그분을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 특별한 능력이 있는 데도 사람들을 규합하여 세력을 형성하지도 않고 오히려 머리 기댈 곳도 없이 가난하게 사셨으며 불의한 세력의 폭력에 저항하지 않고 십자가형을 받으셨다. 그 때는 물론이고 그분을 구세주라고 고백하는 지금도 예수님의 이런 삶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예수님은 가정을 꾸미지도 수도생활을 하지도 않으셨다. 이 세상에서는 꿈도 없는 듯이 사셨고 마치 죽음을 기다렸던 것처럼 순순히 그것을 받아들이셨다. 그렇지만 그분은 그 누구보다 사람들의 삶에 관심이 많으셨고 그들의 연인이나 부모처럼 그들을 사랑하셨다. 깊은 연민을 지니셨다. 언제 어디서나 사람들과 함께 있고 힘겨운 세상살이에 지친 마음이 위로받고 채워지지 않는 허기와 갈증을 해소되는 길을 알려주기를 원하셨다. 그것은 곧 세상을 지어 만드신 하느님의 바람이었다. 그래서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의 몸이 이렇게 사랑스럽고 한없이 고맙게 보이는 것이다.

 

예수님, 주어진 시간 동안 저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그분을 사랑하여 그분과 하나가 되는 곳을 찾아갑니다. 누구는 가정을 꾸미고 누구는 저처럼 살지만 삶의 목적은 모두 하나입니다. 행복, 참으로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하느님 안에 있고 예수님은 그것을 몸소 실천하여 보여주셨습니다. 주님의 그 고귀한 지식을 저에게도 나눠주시고 은총을 내려주시어 그것을 더욱 굳건히 믿게 하소서.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아드님의 마음 안에 고요히 머물 수 있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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