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2일 한 발 한 발 끝까지
구약성경에 나오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이야기는 세상에서도 널리 인용된다. 소년 다윗은 자기 막대기와 돌 다섯 개를, 거인 적군 장수 골리앗은 방패병과 함께 칼과 표창과 창을 들었다. 누가 그리고 어떻게 봐도 상대가 안 되는 싸움이다.
그러나 다윗이 골리앗을 쓰러뜨렸다. 세상은 다윗이 상대를 얕잡아보고 방심하던 골리앗의 허점을 공격한 것으로 이해하겠지만 우리는 출전하기 전에 사울이 다윗에게 해준 축복에서 그 승리의 이유를 찾는다. “그러면 가거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기를 빈다(1사무 1,37).”
사무엘이 양치기 소년 다윗에게 기름을 붓자 주님의 영이 다윗에게 들이닥쳐 그날부터 줄곧 그에게 머물렀다(1사무 16,13). 사울이 축복해서가 아니라 하느님이 그를 선택하셨기 때문이었다. 그는 하느님의 사람답게 하느님의 무기(?)를 들었다. 그의 막대기는 하느님의 권위를, 개울가의 돌멩이 다섯 개는 하느님의 직접 만들어주신 무기를 상징하는 것 같다. 다윗도 자신이 아니라 하느님이 직접 싸워주심을 믿었다. “주님께서는 칼이나 창 따위로 구원하시지 않는다는 사실도, 여기 모인 온 무리가 이제 알게 하겠다. 전쟁은 주님께 달린 것이다. 그분께서 너희를 우리 손에 넘겨주실 것이다(1사무 17,47).”
예수님도 다윗 같았다. 그분에게는 재력과 권력은 말할 것도 없고 계보도 없었다. 제자들이라고 해봐야 누가 높으냐고 서로 다투고 몇 번이나 용서해야 하느냐고 불평하며 형제를 고발하고 스승이 체포되었을 때는 모두 도망친 이들이었다. 많은 지식과 철저한 율법 준수로 단련되고 계보와 조직을 가진 성전 사람들에 비하면 그들은 오합지졸이었다. 예수님께서 그런 제자들을 앞세우시거나 그들에게 도움을 기대하며 그들과 맞서셨을까? 그분은 혼자 계셨다. 아니 아버지 하느님만 믿으셨다. 소년 다윗에게 들이닥쳤던 주님의 영이 이끄시는 대로 말씀하시고 행동하셨을 것이다.
미국에서 총기 규제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고 한다. 시위대는 영화에서나 봤던 무시무시한 총과 각종 무기들을 온몸을 차고 거리를 행진했다. 정말 깜짝 놀랐다, 저런 무기들을 진짜로 소지하고 있다니. 우리나라 일부 정치인들은 우리도 핵무장을 하자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런 세상 속에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사랑, 인내, 용서, 평화를 외친다. 예수님 말씀대로 이리떼들 가운데 파견된 양들 같다(마태 10,16). 우리의 적은 그런 무기를 든 이들이 아니라 그들을 그렇게 만든 불신과 이기심이다. 그러니 그들을 이기려면 우리는 서로 믿고 사랑해야 한다. 그렇게 하다가 한두 번 상처받았다고 포기하지 말고 또 믿고 용서하고 사랑해야 한다. 우리의 얕은 꼼수가 아니라 하느님의 큰 사랑으로 맞선다. 우리의 힘은 약한 데서 완전히 드러나고 약할 때 오히려 강하기 때문이다(2코린 12,9-10).
예수님, 주님 말씀을 믿으려고 합니다. 아니 솔직히 믿어도 괜찮을지 모르겠습니다. 주님도 그렇게 당하셨는데 저희도 그렇게 될까봐 그럽니다. 여기를 넘어 주님 계신 곳을 바라보지 못하면 주님 뒤를 따를 수 없습니다. 제가 사는 동안 주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것을 봐야 할 특권이라도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주님을 알게 된 건 특권이 아니라 행운입니다. 공짜로 전해 받지 않고서 이렇게 거친 세상 속에서 제가 무슨 수로 주님 같은 분을 믿을 수 있겠습니까? 딱 제 십자가만 지고 주님을 앞서거나 뒤돌아보지 않고, 잠시 옆길로 새더라도 다시 돌아와 걷던 길로 계속 갑니다. 서둘러 뛰어가지 않습니다. 제 능력만큼 묵묵히 주님 뒤를 따라갑니다. 그렇게 살 수 있었음이 제게 가장 큰 행복이 될 겁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주님 뒤를 잘 따라가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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