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3일 청원기도
매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과 기도를 부탁한 이들의 이름과 그 사정을 기억하며 주님께 기도한다, 도와달라고, 어려움에게 구해주시라고, 선종하게 해달라고. 대답만 하고 잘 기억나지 않는 이들을 위해서 그리고 이 나라와 온 세상을 평화롭게 해달라고도 기도한다.
이루어지는 청원도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은 게 더 많다.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는 내 기도가 부족해서 그랬나 보다고 말하곤 한다. 실망하는 이를 위로하는 말이다. 청원 기도는 하느님과 하는 거래가 아니기 때문이다. 기도하고 바친 만큼 내가 바라는 것을 받는 거래가 아니다.
하느님은 그도 사랑하신다. 그리고 그에게 선한 일이 이루어지기를 바라시는 하느님의 마음에 어떻게 감히 내 마음을 비교할 수 있겠나. 그런데 그가 바라고 그의 가족과 친지 내가 바라며 간절히 기도하고 게다가 하느님도 그가 잘 되기를 바라시는 데 도대체 왜 안 이루어지는 걸까? 나는 모른다. 억지로 끼워 맞추듯 대답할 수는 있지만 그러면 그는 오히려 더 실망하고 아프며 하느님과 멀어지게 된다.
나의 청원 내용은 모두 선하다. 아니 그렇다고 믿는다. 아니 최소한 나의 바람은 그렇다. 그 청원이 이루어짐을 보고 들으면 좋다. 그렇지 않으면 서운하지만 그래도 또 기도한다. 선한 것을 지향하는 내 마음이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다. 세상 사람들은 예수님이 살아 계시다면 왜 오늘날은 복음서에 나오는 기적들이 일어나지 않느냐고 물으며 비아냥거린다. 그런데 복음서는 예수님의 기적 이야기 묶음이 아니라 예수님을 믿게 된 사람들의 증언집이다. 예수님을 통해 참 하느님을 사랑하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 묶음이다. 그러니 그것은 예수님을 믿고, 끝까지 그분의 계명을 지키며, 어떤 어려움과 도전이 있어도 선한 지향을 버리지 말라는 하느님의 명령이다.
최고의 선이신 예수님, 주님은 저희에게 새 하늘과 새 땅을 만드셨습니다. 사도들과 성인들 그리고 순교자들의 뒤를 따라 저도 그곳으로 들어갑니다. 제가 바치는 모든 청원 기도는 제 믿음을 더 굳건히 그리고 순수하게 만드는 도구입니다. 오늘도 제가 아는 이들과 공동체 그리고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상을 위해서 기도합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희망할 수 없는 곳에서도 희망하며 살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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