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해 6월 7일 위로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한 저녁 라디오 방송 오프닝의 마지막 멘트다. 그 프로 댓글을 보면 내가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느꼈던 것처럼 많은 사람이 여전히 그 말로 위로를 받는다. 그 DJ는 말뿐인 위로인 줄 알지만 나름 그의 진심을 담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계획했던 대로 다 하지 못했어도, 실수하고 실패했어도 그리고 같은 죄를 또 지었어도 염치없는 줄 알지만 위로받고 싶다. 누군가 앞에서 긴 한숨을 내쉬며 지친 몸과 마음을 있는 그대로 내보이고 싶다. 실수하고 실패하고 또 죄짓기를 바라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잘하려고 하고 잘살아 보려고 하지만 세상일이 바라는 대로 잘 안 되는 거다. 정직하고 정의롭게 일하고 살았지만, 세상은 그런 자신을 비웃기라도 하듯 실패 비난 무관심으로 대하기도 한다.
그 DJ의 멘트에 위로가 되는 것은 어쩌면 역설적으로 그가 나를 모르기 때문일 거다. 라디오 앞에서 무장해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으로 하느님을 만나야 한다. 젖먹이가 젖 달라고 그리고 기저귀 갈아달라고 마구 울어대는 것처럼 주린 배와 더러워진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드려도 되고 다시 채워주시고 회복시켜달라고 떼를 써도 되는 분이 바로 우리 하느님이시다. 죄인을 위해서 외아들까지 내어주신 분이 아닌가. 여인이 젖먹이를 잊겠는가. 설령 그랬다 해도 하느님은 나를 잊지 않으신다(이사 49,15).
예수님이 아버지라고 부르신 그분은 모든 위로의 하느님이시며 환난을 겪는 당신의 사람들을 위로해주시고 또한 그들이 다른 이들을 위로해주게 하신다(2코린 1,3-4). 내가 받은 대로 이웃을 위로한다. 하루 끝에 무조건 수고했다고 말한다. 그가 죄를 지었어도 수고했다고 한다. 그는 잘해보려고 나름 노력했고, 죄를 짓기 직전까지 유혹을 견디며 하느님 뜻을 거스르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썼기 때문이다. 상처를 감추고 부족한 자신을 치장하느라 온종일 수고했고, 이제는 더 그런 수고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우리 하느님은 참 좋으신 분이다.
예수님, 십자가 끝내 위에서 내려오지 않으셨으니 오늘 여기서 고통받고 환난을 겪는 모든 이들을 위로하십니다. 주님의 위로로 저희는 힘을 얻어 일어나 다시 가던 길을 계속 갑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어머니 앞에서는 예수님도 고통을 말할 수 없을 겁니다. 그러니 어머니가 이해하지 못할 죄인이 없고, 위로하지 못할 사람이 없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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