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해 9월 9일 하늘나라
어제 그제 화상회의를 했다. 친하게 지내던 필리핀 형제는 참석하지 않았다. 그는 얼마 전 코로나로 하느님 품으로 돌아갔다. 그 자리를 다른 형제가 채웠다. 이미 다 알고 있었지만, 회의 시작기도 중에 아주 짧게 그를 추모했다. 그리고 곧장 또 발표하고 토론했다, 마치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회의 중에 한 형제가 동생이 코로나로 중환자실에 입원했다는 카톡을 받았다며 모두에게 기도해달라고 청했다. 그리고 계속 회의에 열중했다. 그런 모습들이 이성적으로는 이해되지만, 감성적으로는 불편했다. 우리들의 모든 회의가 그렇듯이 이번에도 모임의 궁극적인 주제는 급변하는 세상에서 하늘나라의 복음을 더 효과적으로 전하는 것이었다.
몇 주 전에도 한자리에 있던 형제가 세상을 떠났어도, 가족이 위독해도 우리는 계속 대화하고 토론한다. 그 안에서 일어나는 불편한 감정은 믿음으로 위로받아 회의에 열중하려는 마음을 방해하지 못한다. 모든 회의는 성령님께 맡기며 시작되고 주님께 감사하며 끝맺는다. 우리 회의와 삶의 주제는 언제나 하늘나라다. 그 형제도 하늘에서 이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고 믿는다. 아니 어쩌면 회의는 골치 아프니까 거기엔 참석 안 하고 하느님께 도와주시라고 청했을지도 모르겠다.
하늘나라는 우리의 모든 기대와 바람을 포함하고 또 그것들을 훌쩍 뛰어넘는다. 그래서 우리는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할 뿐 아니라 원수까지 사랑하고, 우리를 미워하는 이들에게 잘해 주고, 저주하는 이들을 축복하며, 학대하는 이들을 위해서 기도한다(루카 6, 27-28). 예수님이 먼저 그렇게 하셨고 우리는 주님을 모범으로 삼아 그렇게 하려고 애쓴다. 그렇게 우리는 하느님처럼 거룩하고, 완전하고, 자비로워진다. 하늘나라는 국경이 없다. 그것은 그리스도인들, 그중에서도 말씀 그대로 예수님을 따르려는 이들의 마음 안에서 그 영역을 넓혀간다. 그것은 예수님 마음 안에 있었는데 그분의 말씀과 행적으로 실제로 세상에 다 드러났다. 십자가의 예수님이 그걸 세상에 선포하신다. 보는 눈이 있는 이들은 그걸 보고, 들을 귀가 있는 이들은 듣는다.
예수님, 오늘 말씀을 통해서 하신 명령들은 따를 수 없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잘 생각해보면 미운 사람보다는 미워하는 내가 더 괴롭고, 저주받는 것보다는 저주하는 사람의 영혼이 더러워지고, 폭력의 피해자는 멀리서 그를 용서해서 그 상처가 나을 수 있지만 용서받지 못한 가해자는 평생 그 짐을 짊어집니다. 그리고 마지막 날에는 여기서 지녔던 것은 정말 하나도 가져갈 수 없습니다. 달랑 제 영만 주님 앞에 서게 됩니다. 저에게 믿음을 더해주셔서 이해한 대로 살게 해주소서.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하늘의 여왕이시니 저의 마음을 다스려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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