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해 9월 4일 몸
소유는 불편하다. 하지만 그것들이 필요하고 또 그럴 것 같으니 임시로 소유한다. 이 몸도 그중 하나다. 필요해서 잠시 소유하고 있지만 때가 되면 돌려주게 되어 있다. 그러니 애착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내 몸을 미워하거나 함부로 다루지 않는다. 생명의 관리자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잘 사용하면 좋은 일을 많이 해서 하느님을 기쁘시게 해드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선행, 인내, 사랑, 희생 모두 몸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들이다.
그런 일들은 공감과 이해에서 시작된다. 그가 겪는 어려움과 아픔 그리고 유혹까지 이 몸이 없었으면 알 수 없었을 거다. 사람이 되셨으니 하느님은 우리의 딱한 처지와 어려운 사정을 잘 아신다. 하늘에만 계셨으면 배고픔과 고단함 그리고 유혹을 모르셨을 거다. 그러셨다면 예수님도 어쩌면 그 바리사이들처럼 안식일에 밀 이삭을 비벼 까먹는 제자들을 나무라셨을지도 모른다(루카 6, 2). 그들의 행위는 추수가 아니라 식사였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그냥 안다. 그러니 예수님도 아셨다. 제자들이 배고팠다면 예수님도 배고프셨을 거다, 함께 사셨으니까.
예수님이 우리의 최고 모델인 것은 이 몸을 잘 쓰하셨기 때문일 거다. 잘 몰랐던 하느님을 알게 해주셨고, 우리가 하느님께 돌아설 수 있게 해주셨다. 그래서 2천 년이 지난 지금도 사람들은 그분을 통해서 하느님과 소통할 수 있게 됐다. 예수님이 안 계셨으면 우리는 여전히 딱딱하고 엄격한 율법 속에 가짜 하느님을 가두어놓고, 참 하느님과는 원수가 되어 불행하게 살고 있을 뻔 했다. ‘그러나 이제 하느님께서는 당신 아드님의 죽음을 통하여 그분의 육체로 우리와 화해하시어, 우리가 거룩하고 흠 없고 나무랄 데 없는 사람으로 당신 앞에 설 수 있게 해 주셨다(콜로 1, 22).’
예수님, 주님을 이렇게 부를 수 있고, 무엇을 청하고 때론 삐치기도 하는 것 모두 주님이 사람이 되시어 저희와 함께 사셨기 때문입니다. 이 몸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그 모범을 보여주셨습니다. 두렵고 떨리지만, 주님처럼 이 몸 안에서 아버지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지쳐서 무겁고 어두워지지 않게 이 몸을 잘 써먹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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