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해 9월 7일 힘의 근원
공동체마다 그의 분위기가 있다. 그 공동체 안에서 사는 사람은 그 기운의 지배를 받는다. 그 기운은 그 구성원들이 만든다. 그것이 거룩하면 그런 생각과 그런 결정과 행동을 하게 된다. 그 안에서 그는 점점 거룩해진다.
범죄 집단보다 수도원에 마귀 새끼가 훨씬 더 많다. 농담 같은 진담이다. 수도자들이 악하다는 뜻이 아니라 그들이 죄인인데도 거룩해지려고 한다는 뜻이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섬기려고 한다. 죄인들을 구하려 모든 것을 내놓으시고 묵묵히 십자가형까지 받으신 예수님을 그들의 주인이며 신랑으로 모신다고 말한다. 그러니 그들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해서 세속적인 선택을 하게 한다. 주님을 따르는 길 곳곳에 작은 돌부리가 솟아나게 해서 자꾸 넘어지게 만든다.
예수님은 밤새워 아버지 하느님과 의논하신 뒤에 열두 사도를 뽑으셨다. 그들이 다른 이들보다 더 거룩해서도 아니고 죄인들이라 불쌍해서 그러신 것도 아닌 것 같다. 떠나간 유다 이스카리옷의 자리를 채워 다시 열둘이 되게 하신 것을 보면, 그들 각자보다는 열둘이라는 숫자가 더 중요했던 것 같다. 잃어버린 것을 되찾고 부서진 것을 고치고 결핍된 부분을 채워 완성하는 게 예수님의 일이고 하느님이 바라시는 것이다.
하느님 말씀이 사람이 되셔서 우리와 함께 사신다. 거룩한 하늘에서 세속적인 땅에 사는 우리를 심판하시는 게 아니라 이곳으로 들어오셨다. 그분은 땅에 계신다. 더 인간적으로 여기에 계실 때 사람들은 말씀도 듣고 질병도 고치려고 그분께 몰려갔다. “군중은 모두 예수님께 손을 대려고 애를 썼다. 그분에게서 힘이 나와 모든 사람을 고쳐 주었기 때문이다(루카 6, 19).” 치유와 회복, 용서와 자비의 힘은 사도들 개인이 아니라 그들을 뽑으신 예수님의 몸에서 나온다.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 사도들은 예수님이 하시던 일을 계속 이어 했지만, 그들은 그런 능력이 없고 나자렛 사람 예수님이 하시는 일임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사도 3, 6; 4, 10). 참 하느님이시고 참 사람, 완전한 인간이신 예수님은 그 열두 사람 안에서 일하셨다. 이제 그 열둘은 교회가 되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신비체, 예수님의 육체다. 영혼 없는 육체, 예수님과 친밀하지 않은 교회, 주님을 사랑하지 않는 수도자는 그냥 살덩어리, 진흙 인형일 뿐이다.
예수님, 사랑은 때론 사람을 바보로 만듭니다. 모든 것을 잃게 돼도 사랑하는 이가 기쁘면 행복해지는 게 사랑인 것 같습니다. 주님은 아버지 하느님을 그렇게 사랑하셨고 저희는 주님을 그렇게 사랑하게 하십니다. 잘 못해도 끝까지 할 테니 저를 포기하지 마소서.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아드님을 안고 또 그분의 두 손을 잡고 계시니, 저는 어머니만 꼭 붙잡고 있을 겁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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